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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망설이는 동전(주호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9-15 오전 10:31:51

조회수 2917

게시물 내용
제목 망설이는 동전(주호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9-15 오전 10:31:51 (조회 : 2917)
망설이는 동전
주호돈(안마사)
 
  본 체 만 체. 열중하는 이들. 그러든지 말든지. 지하철 안은 움직임이 없다.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찰랑거림이 느껴진다. 주변을 보았다. 젊은이 하나가 그것에 팔을 뻗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 시선에 민망하지나 않을까? 그러는 사이, 나를 지나쳐 간다. 긴 의자에 앉아 있던 40대 남자가 소리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 동전을 떨어트렸다. 객차 간 연결문으로 소리는 사라졌다. 그 모습은 지난 번 내가 망설이다 스쳐 지나간 걸인을 생각나게 했다.
  그날은 오후 외근 중이었다. 음향 시스템 관계로 마로니에 공원의 한 소극장을 가고 있었다. 혜화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통해 나온 나는 어제와 같은 방향으로 출구를 찾았다. 그 출구는 ‘에스컬레이터 공사 중’이란 말로 입구를 막아버렸다. 다른 길로 가자면 서울대 병원으로 가는 반대편 출구로 올라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몸을 뒤로 돌렸다. 출구를 찾아 계단을 밟는 순간, 계단 중간 쯤에 앉아있는 걸인을 보았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찰랑대는 동전 몇 개가 손가락에 닿았다. 그와 가까워졌을 때 손을 주머니에서 빼기로 했다. 바구니의 높이와 내 발바닥의 높이가 같아졌다. 잠시 속도를 늦추었다. 손이 주머니에서 나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계속 앞으로 움직이려는 게 관성이라 하나. 주머니의 손이 반 쯤 빠진 상태로 그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고 말았다. 손아귀의 동전들이 철렁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굉음을 내며 닫힌 지하철 연결문을 바라보았다. 내가 내 돈으로 도와주는 데 남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일어났다. 발을 옮겼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다음 칸으로 들어가 그 소리를 쫓았다. 앞 문을 열고 다음 칸으로 건너가는 걸인. 중간까지 쫓아간 나는 닫혀지는 문을 바라보며 멋쩍어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손아귀에서 주머니 바닥으로 떨어진 동전들이 조용히 버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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