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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는 내 친구여(원윤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1-29 오전 9:53:47

조회수 2944

게시물 내용
제목 사랑하는 내 친구여(원윤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1-29 오전 9:53:47 (조회 : 2944)
사랑하는 내 친구여
원윤선(전화상담원)
 
1
그대 가슴 속 헛헛한 바람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바람의 눈이
내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대는 외롭지 않으냐고
 
친구여 삶은 그런 거랍니다
누구의 인생도 딱히 다를 수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아는 자와 알지 못하는 자,
그것을 인정하는 자와 인정하지 않는 자,
그것을 물릴 길을 찾는 자와 찾지 아니하는 자,
길을 찾은 자와 찾지 못한 자
그렇게 갈릴 뿐이랍니다
 
친구여 나도 죽을 만큼 외로왔답니다
가슴 속 황망한 바람 소리에 귀가 시끄러
밤 하나, 밤 둘, 밤 셋...
뜬눈으로 밤만 지킨 날이 얼마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바닥없는 나락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내동댕이치려던 놈의 실체를.
알고 나니 거저 이겼습니다
아는 것이 이김입니다
 
내 정신 세계를 이해해 주고
내 신앙을 이해해 주고
내 옛이야기를 들어 주고
나를 위해 아파해 주는 친구
내 사랑하는 친구여
나도 그대를 위해 목구멍에 찬 눈물이 뜨겁습니다
 
친구여 우리 조금만 더 참아 봅시다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우리 다시 아프지 맙시다
성급한 몸짓으로
다른 아픔에 다시 자리 내주지 맙시다.
우리 조금만 참읍시다
그날이 곧 이를 터이니...
 
2
반쯤 열린 방문 모서리에 이마를 찧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얄미운 그 문을 오히려 끌어 앉고
울컥해지는 친구
내 친구여
 
남편과 아이들 학교 가고 직장 나가고
그들이 비우고 간 자리만큼 넓어진 공간을 혼자 쓸어 앉고
이 넓고 많은 시간과 공간을 어디에 쓰지 고민하다
세탁기를 돌린다
청소기도 돌려 본다
멀쩡히 깨끗한 싱크대며 가스스토브를 닦고 또 닦는다.
 
그래도 아직 남은 그것들을 어떻게 하지?
냉장고문을 연다
이것저것 꺼내어 먹는다
먹고 또 먹는다
울컥 눈물이 난다
 
망막색소변성.
조금씩조금씩 야금야금 시력이 줄어가더니
이제 빛과 어둠을 구분할 뿐.
아니 그래도 빛과 어둠은 구분하지 않는가 자위해 보지만
그래도 내가 왜,
어쩌다가 내가
문득문득 울컥울컥해지는
친구 사랑하는 내 친구여
우리 조금만 더 참아 봅시다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다른 아픔에 자리 내주지 맙시다
그 날이 곧 이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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