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생한 맛집 체험기 들려주는 지석봉 씨
시각장애인에게 미각의 경험은 빠질 수 없는 삶의 즐거움일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본 지 ‘지석봉의 진짜 맛집’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생생한 맛집 체험기를 들려주고 있는 지석봉(남, 45세, 전맹) 씨를 만났다.
“감동이나 느낌 자체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맛에 관한 내용을 쓸 때는 저의 느낌에 대해 표현을 하고,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쓸 때는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 씨의 글은 남다르게 섬세한 데가 있다. 식당에 테이블은 몇 개인지, 수저의 위치는 어디인지, 테이블 위에 하나하나 차려지는 음식들에 대한 얘기는 물론 밑반찬을 어떻게 곁들여 먹으면 좋은지에 대한 그만의 섬세한 맛집 체험 노하우가 곁들여져 있다.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떤 방향으로 몇 번째 골목인지에 대한 설명 등 시각장애인도 혼자서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상세하다.
지 씨가 처음 맛집 탐방기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4월, 장애인의 복지 정보와 일상 정보를 방송하는 ‘제3라디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우리는 한 가족’의 ‘오감나들이’라는 코너를 담당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코너에서는 보이는 사람이 여행지를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다 보니 시각장애인과는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각장애인이 직접 당사자들이 가 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받게 되어 시작을 한 것이 벌써 2년 6개월이 다 되었습니다.”
매일 저녁 6시에 한 시간 동안 방영되는 ‘우리는 한 가족’에서는 시각장애인 관련기관의 프로그램 등 각종 소식, 생활 정보와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감상기, 요리 만들기 등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체험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목요일마다 지 씨가 공동 진행하는 오감나들이 코너에서는 관광명소나 유원지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 볼 만한 곳을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체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의 체험기 중 청취자들에게 가장 일품인 주제는 단연 맛집 탐방기이다.
“오감나들이는 저의 체험담과 함께 명소에 대한 상식이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체험후기를 적절히 섞어서 방송 진행 내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와 다르게 점자새소식의 진짜 맛집은 식도락가의 느낌으로 맛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저만의 주관을 알려드린다는 점이 다르죠.”
한편 라디오 프로그램과 소식지를 병행하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집 탐방 모임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전에는 여행을 좋아하니까 자주 어딘가에 놀러가는 정도였는데, 맛집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주로 제가 주도해서 어디 가자고 추천하고 계획을 세우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가족, 지인 등 마음 맞는 사람들 여섯 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어요.”
이렇듯 일과 보람, 즐거움을 겸하고 있는 지 씨에게도 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려운 순간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쉽고 진짜 맛있는 집을 소개해야 되는데 막상 가보면 맛집이라고 소개돼 있으면서도 맛없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군산에 유명한 짬뽕집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한 곳은 가보니 맛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곳은 너무 맵기만 하고 도저히 맛집이라고 불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두 곳의 맛을 비교해보면서 글을 쓰려고 간 거였는데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는 그의 맛집 탐방기에는 식도락가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의 맛집 열정이 녹아 있다.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중도실명자 등 집밖에도 잘 못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오감나들이 같은 방송을 접하면서 시각장애인도 이런저런 경험들을 다 하는구나 생각하고 집밖으로 나와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점자새소식의 진짜 맛집 같은 경우도 보는 사람들이 어떤 맛집 갔다 왔다는 얘기를 할 때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아 그곳 하고 떠올리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체험기를 쓰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지 씨는 그 밖에도 정보접근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서함 방송인 성음회에서 대한안마사협회(이하 안협)의 방송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음회는 전국 맹학교의 동문회, 복지관, 교회 등 시각장애인 기관들에서 전하는 사서함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채널로, 그는 안협 방송과 더불어 회장을 역임하면서 각종 시각장애계 소식이 활발히 알려지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나설 때나 멀리 여행을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과 가느냐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고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의 말에서 경험의 묘미는 잘 발달된 오감에 있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잔잔한 여운이 느껴진다.
(2019. 9. 15. 제103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