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가이드 러너 없이 달린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5회 어울림마라톤’에는 가이드 러너 없이 참가한 시각장애인 한동호(남, 27세, 저시력) 선수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동호 선수는 ‘웰컴드림글래스’라는 특수 안경을 끼고, 3D 특수 카메라와 미니 컴퓨터가 장착된 바디슈트를 입고 골전도 방식(두개골의 뼈를 통해 안쪽의 내이로 전도되는 방식)의 이어폰으로 신호를 들으며 혼자 달렸다.
그는 “앞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게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10km 코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 기술이 좀 더 발전해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첨단 장치에 의지해 달린 소감을 밝혔다.
한 선수는 20살 때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이 발병하여 시력을 잃게 되었고 지금은 중앙부 시야는 상실한 상태로 사람의 구별도 힘든 상태이다. 뿌옇게 흐린 시야 때문에 몸이 흔들리면 느껴지는 어지러움으로 경기장 트랙에서 넘어지곤 하다 보니 달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시력 상실로 인한 우울증을 운동으로 이겨낸 그는 2016년까지는 수영선수로, 이후에는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올해 들어서는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하여 국가대표로 ‘경주 아시아 트라이애슬론 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마라톤은 웰컴저축은행에서 연락이 온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선수가 특수 안경과 바디슈트를 장착하고 달리게 된 것은 웰컴저축은행이 기술과 인적자원 등을 총동원한 ‘꿈 테크(Tec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를 지원한 덕분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카이스트(KAIST), 더크림유니언(디지털 크리에이티브 대행사)과 함께 ‘웰컴드림글래스’ 개발에 나섰다.
한 선수를 지원하는 ‘런포드림’ 프로젝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성격으로 기획되었다. 웰컴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능력, 머신 러닝(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사람이 학습하듯이 컴퓨터에 데이터들을 주어 학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게 하는 분야) 기능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더크림유니언 최성열 본부장에 따르면, 한 선수가 장착한 안경과 바디슈트의 미니 컴퓨터가 영상정보를 수집하여 외부 서버에 보내면, 서버에서 보정한 위치 값을 한 선수에게 재전송하고 그가 청각 신호를 단서로 방향과 거리를 감지함으로써 진로를 결정해 달릴 수 있는 구조이다.
가슴 중앙에 위치한 3D캠은 장애물의 종류와 위치를 인식하고, 인식된 정보를 3D 사운드로 다시 제공하여 안전하게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웰컴드림글래스는 5cm의 정밀도로 위치 측정이 가능한 GPS와 모션 센서, 3D캠이 장착돼 있다. 아울러 마라토너의 위치 및 주위환경을 파악해 골전도 이어폰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시각화한다.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차량의 내비게이션처럼 갈 길을 안내하므로, GPS를 통해 사람, 자동차, 자전거 등 장애물을 판단하여 각각 고유한 신호음을 보내준다. 장애물이 가까워지면 ‘삐’하는 경고음을 마치 차량 운전할 때 발생하는 비프음처럼 전달한다. 신호음뿐만 아니라, “노면이 울퉁불퉁합니다”, “좌측 커브길입니다”는 식으로 음성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최 본부장은 이 장비들에 대해, “점자 배우는 것과 같다.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본인이 학습을 좀 해야 한다. 머신 러닝 기능이 있어, 장비를 쓰면 쓸수록 장비가 사용자에게 맞춰진다. 사용자에게 더 잘 들리는 소리로, 더 편한 비프음으로 개선되기도 하고, 동작 습관에 맞게 개선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있는데, 아직은 일상생활에 쓸 정도의 데이터베이스는 없어 마라톤 코스에 대해서만 구축된 상태이다.
그는 “지금 목표는 1.5kg 무게의 바디슈트 없이 안경에 모든 기능을 담는 것”이며, “현 장비를 고도화하면 일반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전국 지도 정보를 적용하면 되므로, 상용화는 2~3년 후면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한 선수는 “아직은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계속 소통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지금은 마라톤 코스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내비게이션처럼 안내하는 수준으로 될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11월 10일 아테네에서 열릴 풀코스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팀의 선발대는 아테네로 이미 출발하여 코스를 파악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동호 선수가 무사히 완주하기를 응원하며, 이 기술로 시각장애인의 일상이 보다 편하고 안전해 질 날이 조속히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2019. 10. 15. 제103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