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무원 시험 합격 노하우를 전하는 구제회 씨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실제 수험준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일반행정직 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한 한남대학교 졸업생 구제회(남, 29세, 저시력) 씨가 시각장애 후배들을 위해 본인의 합격 노하우를 공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TV나 뉴스를 접하면서 사회의 유명한 인사들을 동경했어요. 성공한 분들 중에는 법학과 출신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 사람들처럼 유능한 인재가 되고 싶어 법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구 씨는 올해 대전시에 있는 한남대학교 법학과 졸업과 함께 대전시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동안 국가직과 지방직 등 1년에 두 차례씩 시험을 치르며 무려 4년이라는 도전 끝에 얻은 성과였다.
“20대 내내 미래에 대한 걱정뿐이었어요. 장애인으로서 지속가능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고민했죠.”
학교생활과 취업 준비 기간 동안에는 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1년에 두 번은 센터에서 주최하는 장애학생 간담회에 참석하여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 건의할 수 있었다.
“저는 시야가 좁아서 강의실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도 칠판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우미학생제도를 통해 매칭된 학생이 판서내용정리에 도움을 주곤 했어요. 또 공무원 시험 면접 준비 때도 서류제출 전까지 센터 선생님들을 통해 면접 코칭을 받았고요.”
2015년부터 본격적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게 되면서 구 씨는 인터넷 강의를 선택했다. 일반 고시학원은 학교에서처럼 현장에서 장애 학생을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원은 학교처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보니 센터에서 받았던 도움들이 하나하나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죠.”
마침내 합격 소식이 날아왔을 때 그는 이 기쁨을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센터에 감사와 함께 합격수기로 전했다. 합격 수기에는 4년 동안의 수험준비 생활 경험과 함께 과정별 노하우, 스트레스 해소법 등이 담겨 있다.
“공무원 시험은 필수 세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와 함께 선택과목인 사회, 수학, 과학, 행정법 총론, 행정학개론 중 두 과목을 선택해서 총 5과목으로 시험에 응시합니다. 시험은 기본이 100분인데, 저는 시각장애인 편의지원으로 1.5배의 시간을 더 받아서 치렀죠.”
그렇다면 구 씨의 시험 준비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강의 수강에 앞서 각 과목별로 제게 맞는 강사들을 선정하는데 2주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선정한 이론 강의를 뼈대 삼아 기본서를 정리하는 데까지 강의를 두 번 수강합니다. 처음 들을 때는 각 과목이 어떤 목차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원별로 몇 문제가 출제가 되는지, 어느 단원에서 시험문제가 많이 출제되는지 등 개괄적인 이해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중요부분 표시를 통한 기본서 정리를 합니다. 기초를 다진 다음에는, 스스로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틀려보고 망각해봐야 실력이 채워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자기에게 공부량이 적을 수 있는 과목이 유리하죠. 저는 선택과목 중 행정법과 사회를 선택했는데 다른 과목에 비해 양이 적기도 하고, 사회는 고등학교 때 배운 공통사회 범위에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문과 출신들에게는 접근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때로는 한없이 길어지기만 하는 수험생활에 낙담하기도 했다.
“에세이집이나 장애인 성공 사례 등을 많이 찾아봤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휴일이나 명절에도 학교 열람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취업준비생 친구들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어요. 저와 길은 다르지만 다들 구직난에 시달리며 힘들구나 생각하면 외롭지가 않았죠.”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는 장애인이 스스로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장애인식개선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학교를 다닐 때 어떤 친구들은 제가 숨으면 숨는다고 괴롭히고,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의사표시를 하면 제가 반응하는 게 재미있으니까 더 괴롭혔죠. 어떻게 하든 놀림의 대상이 되더라고요. 장애라고 하는 게 숨는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고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드러내고 당당하게 일상생활에 임하는 게 선입견이라든가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이 조금은 바뀌도록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공무원으로 현직에 나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장애인 공무원이라는 이슈로 주목받기보다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