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라케시 조약 안내서 번역한 이일호 교수
최근 마라케시 조약 안내서를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한 연세대학교 기후변화와 국제법연구센터 이일호(남, 38세, 중증 시각장애) 연구교수로부터 마라케시 조약 및 조약 안내서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교수는 대학교 재학 당시 수업 교재를 직접 쓴 교수들로부터 교재의 원본 파일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것을 계기로 저작권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다.
“모든 교수님이 저작권 때문에 파일을 줄 수 없다는 똑같은 답변을 했어요. 과연 저작권법이 무엇이길래 교과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해 줄 수 없는 장애물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저작권법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도 없었고,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교재를 의뢰하면 4개월 정도 걸려야 받을 수 있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우리나라보다 접근 가능한 자료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경험한 바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체자료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자료 접근이 좀 더 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학술 자료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제공되고 있어 센스리더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볼 수 있었어요.”
이 교수는 마라케시 조약에 대해 “정보접근권 내지 문화적 자원을 향유할 권리가 인권임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저작권과 저작권 제한이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 저작권과 접근권이라는 문제로 풀어 조화를 이뤄낸 것을 확인한 조약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그가 직접 번역한 마라케시 조약 안내서는 2017년 세계시각장애인연맹 명의로 나온 안내서이다. 안내서를 발견하고 소속된 단체 ‘계란과바위’에 번역해보겠다고 먼저 제안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장애인정보접근권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 ‘계란과바위’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 변호사, 장애인복지 실무자 등이 참여해 문화접근권, 인터넷 전자정보에 대한 접근권, 교과서나 교육 관련 접근권 등을 다루고 있다.
“안내서는 저작권법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이 집필했습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다른 이해 당사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라케시 조약을 전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이 안내서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최근에 도서관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직속 기관으로 되면서 외연이 많이 확장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제도적 보완과 실효성이 동시에 추구되면 저작권법에도 변화가 생기고 접근권 자체에 대해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인권의 실현수단으로서 마라케시 조약이 이행되려면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추상적이고 피상적으로 필요하다는 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형태의 자료가 제공되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합리적이고, 대체자료를 만드는데 있어 한정된 인력이나 인프라 범위 내에서 어떤 자료를 더 우선해서 만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출판사나 저작권자들과의 이해관계 조율 등에 대해서 공론의 장을 통해 논의하고 합의된 바에 따라 실천에 옮기는 체계가 마련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9. 11. 15. 제103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