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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무인민원발급기, 시각장애인은 찾기도 이용하기도 어렵다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12-13 오후 1:39:05

조회수 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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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무인민원발급기, 시각장애인은 찾기도 이용하기도 어렵다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12-13 오후 1:39:05 (조회 : 2625)
무인민원발급기, 시각장애인은 찾기도 이용하기도 어렵다
 
  갑작스레 민원서류를 떼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 다소 난감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맞지 않고, PC로도 발급이 여의치 않을 때, 이런 불편한 상황의 타개책으로 설치된 것이 바로 ‘무인민원발급기(이하 민원발급기)’다. 공무원의 도움이 없이, 시간에 국한 받지도 않고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민원발급기의 편의는 먼 별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시각장애인 S 씨(여, 27세)는 휴일에 서울 동대문구청을 찾았다. 민원발급기를 이용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서류를 뗄 수 있도록 점자와 음성안내가 지원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20년 넘도록 이렇게 점자가 읽히지 않는 건 처음이었어요. 점자를 만지면서 주위 사람에게 이게 무슨 글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니까요.”
  대부분의 민원발급기는 일반 발급기를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한 장애인 겸용 기종이다. 장애인 전용 기계가 있는 곳도 있지만 대개 장애인 겸용이 많다. 기본적으로 음성안내, 시각장애인용 키패드, 점자라벨, 이어폰 소켓 등이 지원된다. 그런데 이런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먼저 점자라벨은 시각장애인이 읽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시작’은 ‘시우’로 읽혔고, ‘별표’와 ‘샵’은 엉뚱한 점형이 나와 있었다. 또 키패드는 아무리 힘을 주어 눌러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혹시 은행처럼 이어폰을 껴야 하나 싶어 열심히 소켓을 찾아보았다. 그렇지만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았다. S 씨는 “기계는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 돼서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Y 씨(남, 52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무리 이어폰 소켓을 찾아도 없어서 스피커에 귀를 대고 음성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지문 인식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진행 안내가 나오지 않았다. 행인에게 봐달라고 부탁했더니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선택 항목의 포함/미포함을 반드시 선택해야 발급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다고 알려줬다. 게다가 이 부분은 터치스크린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다. Y 씨는 “결국 절차만 읽어줬을 뿐, 시각장애인이 혼자서는 절대로 쓸 수 없는 기계인 셈”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2010년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용 키패드와 촉각모니터 등이 선택규격에 있을 뿐, 음성 안내와 이어폰 소켓 장착 등에 대해서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개정된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에는 필수규격에 ‘시각장애인 및 청각장애인 편의 기능’ 항목이 생겼다. 시각장애인용 키패드, 음성 안내, 시각장애인용 장치의 위치(오른쪽이나 중앙), 주요 조작부에 점자라벨 부착, 음성지원 시스템 제공과 이어폰 소켓 제공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이 적용된 민원발급기는 그리 많지 않다.
  전국에 설치된 민원발급기는 3,628개(2017년 10월 31일 기준)다. 주민센터, 지하철 역내, 대형 마트, 병원 등 인구 유동성이 많은 장소에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곳에 전부 장애인 겸용 민원발급기가 설치돼 있는 건 아니다. 시각장애인 음성 안내와 점자라벨 부착, 이어폰 소켓 등이 모두 구비돼 있는 곳은 1,012개뿐이다.
  장소에 따라 운영 시간도 다르다. 공휴일이나 휴일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기도 하다. 이러니 급하다고 민원발급기를 찾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다산콜센터에 문의하면 기계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른 방법은 ‘민원24’ 홈페이지이다. 그곳에 민원발급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마련되어 있다. 엑셀파일로 ‘설치장소 및 운영시간’이라는 목록이 있다. 그러나 메인화면에 있지 않고 고객센터, 민원발급지원, 무인민원발급안내의 경로를 거치고 나서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목록이 엑셀파일로 작성된 터라 스크린리더로 보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각장애인에게 표는 읽기 난해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민원24’를 통해 얻은 정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S 씨가 동대문구청에 가기 전에 들린 장안현대홈타운아파트(장안동)와 동대문우체국(신설동)도 마찬가지였다. 두 곳 모두 제공된 정보와 실제 민원발급기 사이에 사양 차이가 있었다. 민원24의 ‘설치장소 및 운영시간’에 따르면 점자라벨, 음성안내, 이어폰 소켓, 키패드가 지원된다고 나와 있지만 현장에는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만 제공될 뿐이었다.
  S 씨가 찾은 동대문구청 무인민원발급기는 2012년, 장안현대홈타운아파트와 동대문우체국은 2009년에 설치됐다. 이처럼 2014년 이전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는 시각장애인 편의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만찮은 가격 때문이다. 한 민원발급기 업체의 일반형 민원발급기 가격은 1,930만 원, 장애인용 민원발급기는 2,465만 원이다. 고가의 장비이기에 지자체에서 신규 설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2014년 이후에는 장애인 편의 기능이 필수규격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후에 설치된 민원발급기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으면 설치할 수 없다”면서도 “이전에 설치된 민원발급기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운영을 맡고 있기에 지자체에서 보고한 자료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발급기를 운영하는 지자체 담당자도 기능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유지 보수, 기능에 대해서는 민원발급기 설치 업체를 통해야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설치된 민원발급기에 시각장애인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으나 지자체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업체 관계자는 “설치된 기기의 기능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요청하지 않는 한 손댈 수 없고, 기기마다 추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 또한 지자체의 요청 후에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임경억 정책실장은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며 “민원발급기나 온라인 사이트 모두 지금보다 시각장애인의 접근이 용이한 인터페이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시련은 행안부에 내년 지자체의 무인민원발급기 구입과 설치 계획에 대한 전수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행안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한시련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 12. 15. 제9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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