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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암흑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에서 주연 맡은 윤길영 씨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8-02-01 오전 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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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암흑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에서 주연 맡은 윤길영 씨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8-02-01 오전 9:46:00 (조회 : 3014)
<인터뷰>암흑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에서 주연 맡은 윤길영 씨
 
  ‘인간에 전해진 모든 기술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신들의 것이던 불을 훔쳐다 준 신이다. 프로메테우스에 분노한 신들은 그를 코카서스 산 암벽에 쇠사슬로 묶는다. 암벽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힌다. 간은 다시 자란다. 독수리는 다시 간을 쪼아 먹는다. 그리고 다시 간이 자라고, 독수리는 다시 간을 쪼아 먹는다. 그것이 프로메테우스에게 신들이 준 형벌이었다.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변주됐다.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는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의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하이너 뮐러의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이 지닌 모순과 불합리한 점 등을 그대로 유지하여 비극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을 연출가 라삐율이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이 전위적인 텍스트를 다시 암흑 오디오극으로 연출했다. 암흑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상영됐다. 이 극에서는 원작의 불합리성과 모순은 ‘불특정 다수의 흩어진 목소리, 동시적인 목소리, 여러 목소리의 대비·교차·중첩’을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 실험음악가 홍철기 씨의 사운드가 더해졌다. 연출가는 “이야기를 상상하기 쉽도록 배경음악, 음향, 목소리 연기를 섞어 ‘재현’하려는 것이 지향점이 아니라 질감과 구조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디오극은 사방에 설치된 여덟 개의 스피커를 활용한다. 그러기에 한 방향으로 앉는 일반적인 공연장과는 좌석 배치가 다르다. 그저 자신이 편한 방향으로 앉으면 된다. 극이 시작되면 사위는 옅은 빛조차 없이 깜깜해진다. 가장 먼저 크라토스와 비아의 비명과 외침이 반복되고, 시끄럽고 커다란 그리고 알 수 없는 대사가 나열된다. 그렇게 격앙된 분위기에서 프로메테우스 역을 맡은 윤길영(남, 50세, 시각장애 1급) 씨의 차분하고 건조한 낭독이 시작된다. 감정의 흐름이나 기복도 없이. 그러나 그의 목소리마저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편집되고, 중첩된다. 점자정보단말기 셀이 올라오는 소리도 가감 없이 흘러나온다. 그마저도 극의 한 부분이다. 72분간 헤파이스토스, 오케아노스, 이오, 헤르메스, 코러스도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그러나 분절되고 중첩되고 도치된 대사를 관객들은 이해할 수 없고, 그저 소리가 자아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또한 다른 쪽에서는 대사와 상관없는 소리가 스토리로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오디오극을 체험한 뒤 어리둥절한 관객들 틈에 윤 씨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오디오극 브로슈어에 시각장애인, 운명철학가, 점자교사로 소개된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 “암흑 오디오극의 모티브가 시각장애인인 저였답니다”
  윤 씨는 전맹이다. 39세 이후부터다. 실명 후 점자를 배우고 역학 공부를 했다. 현재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의정부지회에서 점자교사를 하고, 역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역학 강의도 맡고 있다.
  실명 이후 다양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에게 세상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마치 신계에서 쫓겨나 코카서스 산에 포박당한 프로메테우스처럼 말이다. 이런 캄캄한 암흑과 포박이 주는 고통이 연출가인 라삐율에게 이번 오디오극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아마 제가 점자로 글을 읽는 모습에서, 제 눈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각이 아닌 암흑 속에서 소리만으로 극을 만들게 되었다더군요.”
  그는 하나의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점, 그리고 연출가의 간곡한 부탁이 더해져 이 극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태어나서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그래서 못한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계속 거절할 수는 없더라고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동생인 연출가가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간곡히 부탁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극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경험이 없기에 모험으로 느껴졌다. 프로메테우스 역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프로메테우스의 감정을 해석해 목소리에 담아내야 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연출가는 제게 목소리 그대로 천천히 읽어주기를 주문했어요.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평소대로, 평범하게 낭독하라고 했죠.”
  그는 연출가의 바람대로 텍스트를 읽어나갔다. 하루에 서너 시간 3~4회 녹음을 했다. 그렇게 녹음된 음성은 중첩된 음성으로 재편집돼 추상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 완성된 극을 처음 들었을 때, 그도 관객들이 처음 오디오극을 마주했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는 극이 아니다 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예요. 그러나 신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느낄 수 있었고, 프로메테우스의 고통도 알 수 있었죠. 들을 때마다 새로워요.”
  윤 씨는 이번 극에 참여하면서 일정상의 문제와 스케줄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 목소리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성취감이 굉장히 커요. 작업에 참여하면서 내 삶의 질이 높아진 느낌도 들었고요. 초반부에 크라토스와 비아가 서로 고함을 지르는 장면 뒤에 제가 ‘끝까지 왔구나, 세상에’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때는 목소리가 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다시 기화가 온다면 또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번 작품도 정부지원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답니다. 오디오극은 시각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고, 정안인들과 같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잖아요? 이런 작업들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녹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점자와 역학을 가르치고 역술인으로 열심히 살아가야지요.”
(2018. 2. 1. 제9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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