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무대도 문제없다, 가수 김지호
지난 2009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3연승이 확정되자 가수 김지호 씨(남, 25세, 전맹)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시 17세 고등학생이던 그는 이렇게 일찌감치 음악인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그의 음악 인생에 레이스 달린 융단이 깔린 듯했다. 그 길로만 걸으면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훌륭한 음악인이 되는 건 기정사실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좌절이 닥쳤다.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갑상선암’이라고 했다. 갑상선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수술이다. 그러나 선뜻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암세포가 임파선까지 전이돼 성대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었다. 성대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있다면 목소리를 영영 잃을 수도 있었다. 깊은 고심 끝에 2010년 수술대에 올랐다. 12시간에 걸친 긴 수술이었다. 제거된 암세포는 157개에 달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고운 음색도 변함없었다. 수술 이후에는 이전보다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지난 9월에는 자신의 투병 생활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공연의 주인공 역을 맡았다.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의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배은주 극본, 강재림 연출)’다.
*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 ‘더 라스트 콘서트’
공연은 지호(김지호)가 갑상선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술을 피한다. 가수인 지호에게 목소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호 곁에는 지호의 결정을 지지하는 오 간호사(박진호)와 목소리보다 아들의 목숨이 중요한 지호 아버지(김기태)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호는 홀로 노래를 부르는 같은 병원 환자 유민(김도연)을 만난다. 유민은 가수의 꿈을 키우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포기했다. 지호와 유민은 노래라는 공통된 관심사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이런 지호와 유민의 감정이 깊어질 때쯤 유민이 사라진다. 지호는 유민이 해준 따뜻한 충고와 위로를 떠올리며 수술을 결심한다. 수술 후 지호는 병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유민을 위한 곡을 연주한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연을 지켜보던 유민과의 재회로 극은 끝난다.
그는 마지막 콘서트일지도 모르는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콘서트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콘서트였다.
이 공연이 더욱 의미가 깊은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까지 소화해야 하는 종합예술장르로 이런 요소 중 하나라도 소화하지 못하면 극은 생명력을 잃는다. 그는 매일 6시간 이상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은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배우 간의 호흡도 무척 중요하다. 그는 다른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은 정안인에 비해 동작에 약할 수밖에 없어요. 같이 공연한 배우들이 동작 하나하나 알려주기 위해 애써 주셔서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보았던 이미지 때문에 연기와 춤에서 꽤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연기와 춤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릴 때 인형극을 해서 연기도 경험했고, CCM 중창단에서 활동할 당시 안무도 가미한 공연을 선보였죠. 이런 경험들이 공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길을 걷다 멈춰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노래와 연기가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노래도 기교와 애드리브가 훌륭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연출로밖에 안 보여요. 연기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죠. 아무래도 제 이야기여서 감정 이입이 잘 됐나 봐요. 아쉽게도 공연처럼 병원 로맨스는 없었지만요(웃음).”
*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가 아닌 가수 김지호로 거듭날 거예요”
현재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원인 그는 개인 공연뿐 아니라 전국에서 열리는 장애 인식 개선 콘서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입 단원들의 보컬 강사로도 활동한다. 이달 중 디지털싱글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공연 중에도 선보인 ‘알바트로스’라는 곡이다.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배은주 대표가 직접 가사를 썼다. 알바트로스는 바다 새로 긴 날개 때문에 뒤뚱뒤뚱 걷는 모습 때문에 ‘바보 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긴 날개 덕분에 누구보다 높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김지호라는 사람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위해 노래 부르고 날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곡을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상황과도 잘 맞아요. 그래서 더 의미 깊은 노래입니다.”
그는 이번 앨범으로 소위 말하는 장애인계 안에서만 활동을 하는 장애예술인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예술분야가 그렇겠지만, 장애인예술계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지원도 받기 힘들고요. 메이저 공연에서 장애인예술인들이 서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그만큼 장애인예술은 활동 범위가 좁아요. 이번 공연도 장애인예술계 안에서 이뤄졌으니까요. 장애인예술계에서조차 ‘가수 김지호’보다는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라고 부릅니다. 이번 앨범으로 그런 장벽을 조금씩 허물고 싶어요. 언젠가는 가수 김지호라고 불리는 날이 있겠죠?”
그의 꿈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음악인이 되는 것이다. 그의 롤 모델인 스티비 원더처럼 음악뿐 아니라 장애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싶다.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에서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지금까지 어려움을 이겨냈던 그의 굳은 믿음처럼 어려움이나 슬픔, 고통은 절대로 지속적이지 않을 테니까.
“너무 어린 나이에 음악인으로 성공하면 나태해지고 게을러질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갑상선암 선고를 받고서 절망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그 고통이 언제나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깨달음 덕분에 매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공감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릴게요(웃음).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갑상선암’이라고 했다. 갑상선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수술이다. 그러나 선뜻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암세포가 임파선까지 전이돼 성대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었다. 성대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있다면 목소리를 영영 잃을 수도 있었다. 깊은 고심 끝에 2010년 수술대에 올랐다. 12시간에 걸친 긴 수술이었다. 제거된 암세포는 157개에 달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고운 음색도 변함없었다. 수술 이후에는 이전보다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지난 9월에는 자신의 투병 생활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공연의 주인공 역을 맡았다.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의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배은주 극본, 강재림 연출)’다.
*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 ‘더 라스트 콘서트’
공연은 지호(김지호)가 갑상선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술을 피한다. 가수인 지호에게 목소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호 곁에는 지호의 결정을 지지하는 오 간호사(박진호)와 목소리보다 아들의 목숨이 중요한 지호 아버지(김기태)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호는 홀로 노래를 부르는 같은 병원 환자 유민(김도연)을 만난다. 유민은 가수의 꿈을 키우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포기했다. 지호와 유민은 노래라는 공통된 관심사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이런 지호와 유민의 감정이 깊어질 때쯤 유민이 사라진다. 지호는 유민이 해준 따뜻한 충고와 위로를 떠올리며 수술을 결심한다. 수술 후 지호는 병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유민을 위한 곡을 연주한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연을 지켜보던 유민과의 재회로 극은 끝난다.
그는 마지막 콘서트일지도 모르는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콘서트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콘서트였다.
이 공연이 더욱 의미가 깊은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까지 소화해야 하는 종합예술장르로 이런 요소 중 하나라도 소화하지 못하면 극은 생명력을 잃는다. 그는 매일 6시간 이상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은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배우 간의 호흡도 무척 중요하다. 그는 다른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은 정안인에 비해 동작에 약할 수밖에 없어요. 같이 공연한 배우들이 동작 하나하나 알려주기 위해 애써 주셔서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보았던 이미지 때문에 연기와 춤에서 꽤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연기와 춤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릴 때 인형극을 해서 연기도 경험했고, CCM 중창단에서 활동할 당시 안무도 가미한 공연을 선보였죠. 이런 경험들이 공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길을 걷다 멈춰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노래와 연기가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노래도 기교와 애드리브가 훌륭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연출로밖에 안 보여요. 연기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죠. 아무래도 제 이야기여서 감정 이입이 잘 됐나 봐요. 아쉽게도 공연처럼 병원 로맨스는 없었지만요(웃음).”
*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가 아닌 가수 김지호로 거듭날 거예요”
현재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원인 그는 개인 공연뿐 아니라 전국에서 열리는 장애 인식 개선 콘서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입 단원들의 보컬 강사로도 활동한다. 이달 중 디지털싱글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공연 중에도 선보인 ‘알바트로스’라는 곡이다.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배은주 대표가 직접 가사를 썼다. 알바트로스는 바다 새로 긴 날개 때문에 뒤뚱뒤뚱 걷는 모습 때문에 ‘바보 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긴 날개 덕분에 누구보다 높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김지호라는 사람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위해 노래 부르고 날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곡을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상황과도 잘 맞아요. 그래서 더 의미 깊은 노래입니다.”
그는 이번 앨범으로 소위 말하는 장애인계 안에서만 활동을 하는 장애예술인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예술분야가 그렇겠지만, 장애인예술계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지원도 받기 힘들고요. 메이저 공연에서 장애인예술인들이 서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그만큼 장애인예술은 활동 범위가 좁아요. 이번 공연도 장애인예술계 안에서 이뤄졌으니까요. 장애인예술계에서조차 ‘가수 김지호’보다는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라고 부릅니다. 이번 앨범으로 그런 장벽을 조금씩 허물고 싶어요. 언젠가는 가수 김지호라고 불리는 날이 있겠죠?”
그의 꿈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음악인이 되는 것이다. 그의 롤 모델인 스티비 원더처럼 음악뿐 아니라 장애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싶다.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에서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지금까지 어려움을 이겨냈던 그의 굳은 믿음처럼 어려움이나 슬픔, 고통은 절대로 지속적이지 않을 테니까.
“너무 어린 나이에 음악인으로 성공하면 나태해지고 게을러질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갑상선암 선고를 받고서 절망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그 고통이 언제나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깨달음 덕분에 매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공감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릴게요(웃음).
(2017. 10. 15. 제9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