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웃처럼, ‘좋은이웃 카페’
‘좋은이웃 카페(서울 종로구 혜화로 8)’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시각장애인이 운영한다’는 담백한 알림 문구다. 그런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발을 옮길 법도 하다. 카페는 지하에 위치해 있다. 무언가 살짝 비밀스러운 곳에 들어가는 느낌. 계단을 내려갈 때 먼저 마중을 나오는 건 은은한 향기다. 진하지도 옅지도 않은, 딱 편안할 정도의 향기. 공간 또한 그 향을 똑 닮았다. 둥글거나 네모난 테이블, 벤치 형태의 의자와 쿠션들. 소품들이 제각각 다르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배치가 자유분방함으로 다가온다. 귓가를 스치는 음악 역시 분위기와 걸맞다. 바로 우리네 이웃처럼 정겨운 ‘좋은이웃 카페’를 직접 찾았다.
* 더 블라인드의 센스,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공간
장애인이 근무하는 카페는 의외로 제법 많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또한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좋은이웃 카페’는 이목을 끈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시각장애인 직원이 찻잔을 내려놓는다. 라벨지에 점자를 찍어 만든 앤티크한 메뉴판도 있고, 말소표(1-2-3-4-5-6점)를 도장 대신 찍어 주는 쿠폰도 있다. 차 한 잔에 온표 하나를 찍어주고 10개의 점형을 모으면 서비스로 차 한 잔을 준다. 시각장애인 손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주도적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다 저희가 필요해서 만든 건데요(웃음).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아직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죠. 공연을 다니면서 교대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살짝 힘들기도 하지만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 게 즐겁습니다.”
김국환(남, 34세, 시각장애 1급) 대표는 즐거운 듯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 대표는 ‘더 블라인드’라는 남성 시각장애인 뮤지션의 멤버다. 슈퍼스타 K에서 이효리를 울린 남자로 유명한 김 대표, 서울예술대학 수석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남, 33세, 시각장애 1급) 씨, 히든싱어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 이현학(남, 33세, 시각장애 1급) 씨 이렇게 세 명이 그룹을 이루었다. 그리고 ‘좋은이웃 카페’는 그들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함께 음악 활동을 하고 카페까지 운영하는 그들. 과연 어떤 인연으로 같이하게 되었을까. 그들의 만남은 제법 긴 시간의 부피를 가지고 있다.
“알고 지낸 지 거의 2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음악을 하고 공연을 다니다가 만나면서 친해졌죠. 그러다 죽이 맞아서 같이 활동하게 됐어요. 사실 대표도 제일 나이가 많다고 얼떨결에 맡은 자리에요. 그래 봤자 딱 한 살 차이인데요(웃음).”
‘좋은이웃 카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누구 하나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기보다 그들의 마음이 한데 모아져 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시작이 거창하거나 커다란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페가 제일 장벽이 낮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전문적 기술이나 특별한 자격이 요구되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음악가로 데뷔를 하고 ‘좋은이웃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공감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만의 ‘소통 공간’도 필요했다. 더 블라인드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소. 그들이 누군가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무대’ 말이다.
“창업 지원도 받고 그랬어요. 기획사 말고도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꼭 수익성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바랐어요.”
* 평범해서 서프라이즈! 어디에나 있는 좋은 이웃들의 카페
거의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커피 머신을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많이 쓰는 터치 방식이 있어요. 이건 시각장애인이 다루기 좀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아날로그 기계를 쓰면 작업이 길어지고 복잡해요. 시각장애인이 손쉽게 다룰 수 있고 편리한 머신을 찾느라 애를 좀 먹었죠.”
근방의 카페를 죄다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다행히 한 카페 사장님의 도움으로 조작이 까다롭지 않은 기계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점한 카페를 열고 의외의 곳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다.
“가끔이긴 한데, 모기 같은 날벌레가 문제였어요. 손님들을 위해서 잡아야 하는데 날아다니니까 그럴 수가 없잖아요(웃음).”
경험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일화였다. 그들은 첫 손님이 찾아왔을 때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 차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행복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일상을 사랑한다.
“장애인은 도움을 주는 경우보다 받는 일이 더 많잖아요. 하지만 카페에서는 우리가 서비스를 하죠. 이런 부분이 매력이라면 매력일까요? 공간 대여를 하기도 해요. 사인회나 강연장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연을 알리는 유인물이 게시되어 있었다. 어느 날짜, 어느 요일에 ‘팬터마임’을 할 예정이라고. 물론 ‘더 블라인드’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차도 마시고 공연도 즐기는 문화 공간인 셈이다.
“저랑 현학이랑 명수. 이렇게 공연을 했었어요.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다이어트를 했죠(웃음). 독립했거든요. 서로 연락하며 지내면서 가끔 놀러 오기도 합니다.”
카페는 ‘더 블라인드’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모두에게도 열린 곳이다. 간혹 무슨 모임이 있으면 카페로 모인다. 음악인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대학로의 다소 후미진 곳에 있어서 찾기 쉽지 않지만, 단점은 곧 장점이 되었다. 너무 오픈된 장소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벤트가 열리는 센스 있는 장소로 부상 중이다.
이곳에 왔다가 놀라는 손님들도 있다. 시각장애인이 카페를 운영해서가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데도 일반 카페와 똑같아서, 지극히 평범해서 놀란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지만, 가끔 기부나 배려하는 기분으로 찾는 분들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렇게 왔다가 별반 다를 게 없는 커피에 놀라시더라고요.”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단골손님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주문을 받는 바리스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도 한없이 자연스러웠다. 시각장애 유무는 상관이 없었다. 더 블라인드는 그런 무반응이 기쁘다고 말한다. 그냥 평범하게 이웃집에 온 듯 커피와 음악과 대화를 즐겨줬으면 한다고. ‘좋은이웃’, ‘더 블라인드’는 그런 카페명처럼 시각장애인이 아닌 좋은 이웃으로 소통하고 있다.
* 더 블라인드의 센스,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공간
장애인이 근무하는 카페는 의외로 제법 많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또한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좋은이웃 카페’는 이목을 끈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시각장애인 직원이 찻잔을 내려놓는다. 라벨지에 점자를 찍어 만든 앤티크한 메뉴판도 있고, 말소표(1-2-3-4-5-6점)를 도장 대신 찍어 주는 쿠폰도 있다. 차 한 잔에 온표 하나를 찍어주고 10개의 점형을 모으면 서비스로 차 한 잔을 준다. 시각장애인 손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주도적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다 저희가 필요해서 만든 건데요(웃음). 이제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아직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죠. 공연을 다니면서 교대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살짝 힘들기도 하지만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 게 즐겁습니다.”
김국환(남, 34세, 시각장애 1급) 대표는 즐거운 듯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 대표는 ‘더 블라인드’라는 남성 시각장애인 뮤지션의 멤버다. 슈퍼스타 K에서 이효리를 울린 남자로 유명한 김 대표, 서울예술대학 수석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남, 33세, 시각장애 1급) 씨, 히든싱어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 이현학(남, 33세, 시각장애 1급) 씨 이렇게 세 명이 그룹을 이루었다. 그리고 ‘좋은이웃 카페’는 그들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함께 음악 활동을 하고 카페까지 운영하는 그들. 과연 어떤 인연으로 같이하게 되었을까. 그들의 만남은 제법 긴 시간의 부피를 가지고 있다.
“알고 지낸 지 거의 2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음악을 하고 공연을 다니다가 만나면서 친해졌죠. 그러다 죽이 맞아서 같이 활동하게 됐어요. 사실 대표도 제일 나이가 많다고 얼떨결에 맡은 자리에요. 그래 봤자 딱 한 살 차이인데요(웃음).”
‘좋은이웃 카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누구 하나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기보다 그들의 마음이 한데 모아져 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시작이 거창하거나 커다란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페가 제일 장벽이 낮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전문적 기술이나 특별한 자격이 요구되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음악가로 데뷔를 하고 ‘좋은이웃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공감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만의 ‘소통 공간’도 필요했다. 더 블라인드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소. 그들이 누군가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무대’ 말이다.
“창업 지원도 받고 그랬어요. 기획사 말고도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꼭 수익성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바랐어요.”
* 평범해서 서프라이즈! 어디에나 있는 좋은 이웃들의 카페
거의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커피 머신을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많이 쓰는 터치 방식이 있어요. 이건 시각장애인이 다루기 좀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아날로그 기계를 쓰면 작업이 길어지고 복잡해요. 시각장애인이 손쉽게 다룰 수 있고 편리한 머신을 찾느라 애를 좀 먹었죠.”
근방의 카페를 죄다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다행히 한 카페 사장님의 도움으로 조작이 까다롭지 않은 기계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점한 카페를 열고 의외의 곳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다.
“가끔이긴 한데, 모기 같은 날벌레가 문제였어요. 손님들을 위해서 잡아야 하는데 날아다니니까 그럴 수가 없잖아요(웃음).”
경험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일화였다. 그들은 첫 손님이 찾아왔을 때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 차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행복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일상을 사랑한다.
“장애인은 도움을 주는 경우보다 받는 일이 더 많잖아요. 하지만 카페에서는 우리가 서비스를 하죠. 이런 부분이 매력이라면 매력일까요? 공간 대여를 하기도 해요. 사인회나 강연장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연을 알리는 유인물이 게시되어 있었다. 어느 날짜, 어느 요일에 ‘팬터마임’을 할 예정이라고. 물론 ‘더 블라인드’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차도 마시고 공연도 즐기는 문화 공간인 셈이다.
“저랑 현학이랑 명수. 이렇게 공연을 했었어요.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다이어트를 했죠(웃음). 독립했거든요. 서로 연락하며 지내면서 가끔 놀러 오기도 합니다.”
카페는 ‘더 블라인드’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모두에게도 열린 곳이다. 간혹 무슨 모임이 있으면 카페로 모인다. 음악인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대학로의 다소 후미진 곳에 있어서 찾기 쉽지 않지만, 단점은 곧 장점이 되었다. 너무 오픈된 장소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벤트가 열리는 센스 있는 장소로 부상 중이다.
이곳에 왔다가 놀라는 손님들도 있다. 시각장애인이 카페를 운영해서가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데도 일반 카페와 똑같아서, 지극히 평범해서 놀란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지만, 가끔 기부나 배려하는 기분으로 찾는 분들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렇게 왔다가 별반 다를 게 없는 커피에 놀라시더라고요.”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단골손님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주문을 받는 바리스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도 한없이 자연스러웠다. 시각장애 유무는 상관이 없었다. 더 블라인드는 그런 무반응이 기쁘다고 말한다. 그냥 평범하게 이웃집에 온 듯 커피와 음악과 대화를 즐겨줬으면 한다고. ‘좋은이웃’, ‘더 블라인드’는 그런 카페명처럼 시각장애인이 아닌 좋은 이웃으로 소통하고 있다.
(2017. 11. 15. 제98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