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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RP 시각장애인 장애연금 지급 소송에서 승소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11-15 오전 9:41:29

조회수 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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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RP 시각장애인 장애연금 지급 소송에서 승소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11-15 오전 9:41:29 (조회 : 3956)
RP 시각장애인 장애연금 지급 소송에서 승소
 
  본지 7월 1일 자에 실린 ‘장애인을 차별하는 장애연금?’에는 망막색소변성증(이하 RP)으로 실명한 J 씨의 사연이 소개된 바 있다. J 씨는 군 입대 전 RP 진단을 받았으나 시력으로 생활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다 50대에 시각장애가 극심해져 장애판정을 받았다. 우연한 기회에 장애연금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장애연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J 씨는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장애우권익연구소와 함께 공단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였다. J 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국민연금법 67조 1항에의 ‘진단일이 국민연금 가입 일자보다 빠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공단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10월 25일 대법원은 J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RP 질환이 관찰되었다고 하더라고 진단과 처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므로 국민연금법 제67조 1항의 ‘초진일’로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J 씨는 장애연금 지급 승소를 이끌기 위해 스스로 과거 자료를 찾고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J 씨는 “(RP 질환을 인지하고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공단 측의 의혹에 대해) 내가 결코 잘못하지 않은 걸 증명해야 하는 것”이었다며 “여러 곳의 도움을 받아서 승소를 해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2016년 5월에 국민연금법 제67조 제1항을 개정했다. 기존에 있던 ‘가입 중 질병 발생 요건’이 폐기되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에는 수급 자격 요건에 ‘초진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의 초진일은 ‘그 질병에 대하여 진단을 받고 나쁜 눈의 최대교정 시력이 0.5 이하이거나 중심 시야 30도 이하로 처음 의사의 진단을 받는 날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진단받은 자가 시력 저하와 시야장애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중 우선하는 날로 초진일로 본다’는 단서가 붙는다(2017년 3월 개정국민연금법).
  따라서 이번 판결에서 초진일 기준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동안 공단의 재판에서 초진일은 4가지가 모두 고려됐었다. 증상 발현일, 본인 자각일, 초진일, 발병일 등이다. 증상 발현일과 본인 자각일 등은 객관적인 증명이 어려움에도 초진일로 인정되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의사가 진단한 날을 초진일로 보는 것이다. RP로 망막이 퇴행되어 시력이나 시야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시점인 발병일을 초진일로 보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발병일을 초진일로 인정한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초진일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초진일을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P 시각장애인의 장애연금 지급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에도 “국민연금 가입 당시 RP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더라도 급격히 저하될 때에야 RP 질환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RP 시각장애인 E 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연이은 소송 승소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RP 시각장애인의 장애연금의 지급 체계에 문제점이 많다.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 10월 23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RP로 인한 장애연금 제도 개선 토론회 결과 보고(이하 토론회)’에 따르면 공단 소송 중에서 RP와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 사례가 많다고 한다.
  RP의 장애연금 수급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초진일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 장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과 5년이라는 소멸 시효가 문제다. RP 질환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달라 어린 나이에도 실명할 수도 있고 노인이 되어서도 시력을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는 “RP 질환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이 오갔다.
  2017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장애연금 개정법의 부칙에 ‘시행 이후 최초로 장애연금을 청구하거나 장애연금액 변경을 청구하는 건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법 시행 이전에 연금 수급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장애가 발생하면 조건 없이 장애연금을 지급해야 하며, 그 기준일은 초진일이 아닌 장애 발생 또는 연금 신청일이어야 함을 주장했다. 또한 위에서 밝힌 불합리한 법령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J 씨의 장애연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 받고 있는 국민연금과 장애연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J 씨에게 장애연금 수급은 금전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소송을 이어왔던 것은 다른 중도 실명인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J 씨는 말했다.
  “저는 사실 장애연금을 힘겹게 받아낼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저처럼 중도 실명한 분들이 이런 사례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그러나 승소해서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스러움이 앞섭니다. 시스템이 변하지 않은 한 모든 RP 시각장애인들은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각장애인이 될 줄 미리 알고 국민연금에 가입한 게 아니냐는 아픈 말을 듣고도 꿋꿋이 맞설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테니까요.”
(2017. 11. 15. 제9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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