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사각지대, 부양의무제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현 대통령을 포함하여 주요 후보 5인은 모두 부양의무제의 폐지를 한목소리로 공약하였다. 물론 전면 폐지와 부분 폐지의 온도차는 있었지만 부양의무제 폐지를 초당적으로 공약한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새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제를 주거, 의료, 생계 급여 순으로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과연 새 정부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수 있을까?
‘부양의무제’란 기초생활수급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이 책임지고 노동 능력이 없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제도이다. 장애, 질병, 빈곤 등의 문제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 재산 등의 법에서 정한 일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끝은 아니다. 자식이나 부모 등 부양의무자가 있다면 이 부양의무자가 부양 능력이 없어야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이론상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한 것이 바로 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제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살던 모녀 일가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었다. 당시 60세인 박 모 씨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35세 큰딸과 만화가 지망생 32세 작은딸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부친은 12년 전에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던 모친 박 씨는 넘어져 몸을 다치게 되었고 더 이상 생활비를 벌 수 없게 되었다. 큰딸은 아팠고 작은딸은 신용불량자였다. 안타깝게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두 딸이 모친 박 씨의 부양의무자였기 때문이다. 큰딸의 질병인 당뇨와 고혈압은 근로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모친이 식당 일을 그만둔 상황에서 가족 중에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작은딸이 유일했지만, 이 경우 가족 중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2명인 것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안타까운 사연은 이뿐이 아니다. 같은 해 청주에서 수급비 40여만 원으로 10만 원짜리 단칸방에 살던 장애인 조 씨는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의 재산 때문에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았다. 동사무소에 구제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방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하고 말았다. 울산에서 거주하던 46세 윤 모 씨는 연락조차 안 되던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생활고를 비관하던 윤 씨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사연은 부양의무제의 부작용과 함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로 인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어둡기만 하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부양의무제로 인해 117만 명이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2015년 6월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사람은 3만7999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이 부양의무제 폐지가 절실한 까닭이다.
부양의무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적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100만 명은 늘어날 것이며, 이는 10조 원을 넘는 국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한다. 또, 모시고 있는 부모님을 억지로 세대에서 분리시킨다거나 근로 의욕을 꺾고 무위도식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양의무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면 10조 원의 예산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양의무제 폐지가 가족을 해체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부양의무제로 인해 도리어 가족이 약화되는 현실 앞에서 빛을 잃는다.
생계 꾸리기에도 벅찬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입장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취직하거나 소득이 발생하면, 이것을 빌미로 수급비가 끊어지게 될 것이다. 가족의 경사가 또 다른 가족의 불행을 야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장애인 가족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으로 인해 수급비가 끊기는 것을 막으려면 서로 연락하지 않고 살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통화 기록을 남겨서도 안 된다. 공무원들은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가족끼리 연락하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하에서 효도가 자연스럽게 넘치는 사회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부양의무제도는 하루속히 폐지되거나 그 기준이 현저하게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개인과 가족보다는 국가가 책임질 때이다.
새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제를 주거, 의료, 생계 급여 순으로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과연 새 정부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수 있을까?
‘부양의무제’란 기초생활수급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이 책임지고 노동 능력이 없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제도이다. 장애, 질병, 빈곤 등의 문제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 재산 등의 법에서 정한 일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끝은 아니다. 자식이나 부모 등 부양의무자가 있다면 이 부양의무자가 부양 능력이 없어야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이론상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한 것이 바로 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제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살던 모녀 일가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었다. 당시 60세인 박 모 씨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35세 큰딸과 만화가 지망생 32세 작은딸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부친은 12년 전에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던 모친 박 씨는 넘어져 몸을 다치게 되었고 더 이상 생활비를 벌 수 없게 되었다. 큰딸은 아팠고 작은딸은 신용불량자였다. 안타깝게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두 딸이 모친 박 씨의 부양의무자였기 때문이다. 큰딸의 질병인 당뇨와 고혈압은 근로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모친이 식당 일을 그만둔 상황에서 가족 중에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작은딸이 유일했지만, 이 경우 가족 중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2명인 것으로 간주되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안타까운 사연은 이뿐이 아니다. 같은 해 청주에서 수급비 40여만 원으로 10만 원짜리 단칸방에 살던 장애인 조 씨는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의 재산 때문에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았다. 동사무소에 구제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방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하고 말았다. 울산에서 거주하던 46세 윤 모 씨는 연락조차 안 되던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생활고를 비관하던 윤 씨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사연은 부양의무제의 부작용과 함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로 인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어둡기만 하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부양의무제로 인해 117만 명이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2015년 6월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사람은 3만7999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이 부양의무제 폐지가 절실한 까닭이다.
부양의무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적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100만 명은 늘어날 것이며, 이는 10조 원을 넘는 국가 예산이 투여되어야 한다. 또, 모시고 있는 부모님을 억지로 세대에서 분리시킨다거나 근로 의욕을 꺾고 무위도식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양의무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면 10조 원의 예산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양의무제 폐지가 가족을 해체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부양의무제로 인해 도리어 가족이 약화되는 현실 앞에서 빛을 잃는다.
생계 꾸리기에도 벅찬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입장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취직하거나 소득이 발생하면, 이것을 빌미로 수급비가 끊어지게 될 것이다. 가족의 경사가 또 다른 가족의 불행을 야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장애인 가족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으로 인해 수급비가 끊기는 것을 막으려면 서로 연락하지 않고 살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통화 기록을 남겨서도 안 된다. 공무원들은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가족끼리 연락하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하에서 효도가 자연스럽게 넘치는 사회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부양의무제도는 하루속히 폐지되거나 그 기준이 현저하게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개인과 가족보다는 국가가 책임질 때이다.
(2017. 8. 15. 제98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