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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누구를 위한 점자형 선거 인쇄물인가?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04-28 오후 2:55:54

조회수 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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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누구를 위한 점자형 선거 인쇄물인가?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04-28 오후 2:55:54 (조회 : 2586)
누구를 위한 점자형 선거 인쇄물인가?
 
  점역교정사인 시각장애인 A 씨는 대선을 앞두고 배포된 선거 안내문을 읽고 놀랐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점역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자가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소괄호와 물결표시가 함께 쓰인 문장에 소괄호가 승격되지 않았고, 가운데점도 줄의 처음에 표현됐다. 페이지 표시도 오른쪽으로 정렬되지 않았다. 군데군데 띄어쓰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묵자와의 일치를 고려해서인지 개별 항목을 행갈이 없이 붙여서 표현하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점자 인쇄물은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때 내용 파악이 어렵다”며 “점역 후 교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선거 관련 점자 인쇄물이 제작되고 있다. 대선후보자들의 공약이 담긴 점자 선거 공보물도 배포될 예정이다. A 씨는 “선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올바른 점자 규칙을 적용해야, 내용에 대한 신뢰도 담보된다”며 “이런 잘못된 점자는 점자형 인쇄물을 제작한다는 요식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점자 인쇄 업체 열악한 작업 환경…점자 제작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필요해
  홍보용 점자 인쇄물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에서도 비슷한 문제는 늘 지적됐다. 선거를 주관하는 단체나 각 후보자 캠프에서는 점자 인쇄물에 대한 지식이 없으므로 외주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외주 업체에서 점자 인쇄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또다시 하청업체에 맡기게 된다. 하청업체에서 또 다른 하청업체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때 점자 인쇄물의 특성에 맞지 않는 ‘제작 일수 산정’이 문제가 된다. 일반 인쇄물처럼 묵자 편집 후 바로 인쇄할 수 없는 점자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B 하청업체 관계자는 “점자 인쇄물을 하루 전에 의뢰하고 원고를 보내는 곳도 있다”며 “점역과 교정 등에 대해서 설명하더라도 막무가내로 일정에 맞춰달라고 요구하고 읍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리하게 제작 일정을 맞추다 보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출력물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C 하청업체 관계자는 “작은 회사이기에 (다음 계약을 위해) 큰 단체에서 요구하는 기일대로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점역물의 질을 좌우하는 점역교정사 처우가 열악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문적으로 점자 인쇄물을 제작하는 곳에는 점역사와 시각장애인 교정사가 각각 배치돼 점자 인쇄물을 점역하고 교정 작업을 거친다. 그러나 영세한 업체의 경우에는 점역교정사를 상시 고용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점자 인쇄 의뢰 건이 생길 때마다 프리랜서 점역교정사에게 점역과 교정을 맡긴다. 이때 프리랜서 점역교정사들의 실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관련 인쇄물의 경우 복잡한 전문 용어나 기호 등은 쓰이지 않기 때문에 국어 점역교정 자격인 3급 자격증으로도 충분하다. 프리랜서 점역교정사 D 씨는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한정된 시간에 점역과 교정을 모두 마쳐야 해서 교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시간을 맞추느라 기본적인 교정이나 교열이 제대로 안 된 인쇄 결과물을 보면 허탈하다”고 한탄했다. 선거 주관 단체들은 잘못된 인쇄물의 재제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피해를 보는 쪽은 하청업체 쪽이다.
  * 점자형 선거 공보물 의무화됐지만…여전히 부족한 정보접근성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는 ‘대통령선거·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의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은 후보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지만, 지난 2015년 7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점자형 선거공보가 의무화됐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때 QR코드나 보이스아이 등 음성 출력 코드 삽입으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인식률이 낮은 음성 출력 코드로만 제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점자형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총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4·13총선의 등록 후보자 961명(지역구 940명, 비례대표 21명) 중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자는 947명이었다. 이 중에서 음성 출력 코드 삽입을 활용한 후보자는 39명이었다. 후보자 중 14명(지역구 3명, 비례대표 11명)은 점자형도 음성 코드 삽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자형 선거 공보물도 정안인 유권자들에게 배포되는 공보물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묵자와 같은 면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원 8매, 국회의원 12매, 대통령선거 16매로 제한된다. 점자는 묵자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나기에 묵자에 담긴 내용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페이지가 필요하다. E 하청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은 편집 원고를 보내주지만, 원고를 점역하고 넘치는 부분을 임의로 잘라 편집해야 할 때도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면수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자 출판 관계자 F 씨는 “묵자와 구별되는 점자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만들어낸 졸속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임경억 정책실장은 “정보접근권은 시각장애 유형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권의 문제”라며, “시각장애인이 올바른 선택이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임의로 편집된 내용이나 조악한 편집 자료로는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곧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62,966명이다(제20대 총선 기준). 전체 선거인 수의 0.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을 위해 지난 총선에서는 많은 후보자들이 점자형 선거 공보물을 제작했다.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자도 모두 점자형 선거공보물을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 후보는 묵자 홍보물은 16매로 제작했지만, 점자형은 4매로 축약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점자가 찍힌 인쇄물을 배포하는 게 단순히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2017. 5. 1. 제9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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