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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점자유도블록, 너를 믿고 싶다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05-15 오전 10:04:21

조회수 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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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점자유도블록, 너를 믿고 싶다
작성자 정보문화팀 작성일 2017-05-15 오전 10:04:21 (조회 : 2512)
점자유도블록, 너를 믿고 싶다
 
  “점자유도블록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지요. 점자유도블록을 따라가면 빨리 죽으라는 사망으로 가는 지름길, 황천 직행 점자유도블록입니다. 점자유도블록이 도로로 깔려 있다면 이거 말이 되나요?”
  “제 지인은 점자유도블록만 믿고 전철에서 스크린도어 없는 출입문 쪽을 헤매다 철로로 떨어져 꼬리뼈 골절로 두 달여간 입원 치료를 받았었어요.”
  점자유도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점자유도블록이 없거나 잘못 설치되어 있는 것은 시각장애인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점자유도블록의 문제는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자유도블록에는 점형블록과 선형블록 두 종류가 있다. 점형블록은 위험 감지용으로 일단 이 블록을 만나면 정지하여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선형블록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방향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14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에서는 서울시 소재에 시각장애인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시설 인근보도에 대한 선형블록의 적정 설치 여부와 보행 장애물 요소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으로는 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 맹학교, 시각장애인 단체 등 총 44곳의 인근 보도이며, 조사 방법은 조사 대상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 횡단보도에서 건물 접근로까지 선형블록이 적정하게 연속 설치되어 있는지 유무와 보행상 장애물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총 44곳 중 선형블록이 적정하게 설치된 곳은 15곳(34%), 보행장애물 제거가 적정한 곳은 25곳(56%)에 불과했다. 특히 선형블록의 미설치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 조사는 시각장애인 유관 기관의 근처에서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 외의 장소를 대상으로 조사한다면 결과는 훨씬 더 비관적일 것이다.
  시각장애인 조 모 씨는 “제가 매일 이용하는 낙성대역 1번 출구에도 선형블록이 있는데, 노점상이 가로막고 있어 경찰과 구청에 신고도 해보긴 하는데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점자유도블록 위에 입간판이 서 있기도 하고, 좌판을 벌여 놓거나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벤치가 설치된 것도 있어 점자유도블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나마 설치돼 있는 점자유도블록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동작구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에 약 500미터 정도의 점자유도블록이 사라졌다. 담당 구청이 인도 교체를 하면서 제거한 것이다. 사라진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서울 회현역 4번 출구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가는 일부 길목에서도 철거되었고, 강원도, 대전 등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점자유도블록을 제거하는 이유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점자유도블록이 황색이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설치하고 싶지 않다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한다. 또 점자유도블록의 돌출된 부분이 비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그런데 점자유도블록을 제거한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다. 2013년 서울시가 발간한 ‘똑똑한 보도공사 길라잡이-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 Ver1.0’에서는 “유효 보도폭이 2m 이상이고, 유효 보도폭 좌우로 위험요소가 없는 경우에는 점형블록에 연계해서 통행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일정한 거리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이 매뉴얼에 따라 500미터짜리 점자유도블록이 사라진 것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위험요소’이며 ‘일정한 거리’란 얼마인가? 매뉴얼에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이 점을 공무원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자유도블록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는 “현재의 보도공사 설계 시공 매뉴얼로는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접근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수정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매뉴얼은 근본적으로 권고 사항일 뿐 강제 규정이 아니다. 따라서 매뉴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각장애인 서 모 씨는 점자유도블록의 설치와 관리에 관하여 “설치가 잘못된 부분은 시정을 요구해서 바로잡고, 입간판이나 좌판, 주차, 장애물 등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하는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점자유도블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비시각장애인들의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점자유도블록을 믿고 마음 편히 보행할 날을 그려 보지만 쉽게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다.
(2017. 5. 15. 제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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