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 열려
지난 2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점자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이병돈 회장, 최동익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영일 교수, 한시련 강완식 전 정책실장,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관장, 서울점자도서관 김두현 관장,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 등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뒤에는 객석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공청회는 문체부가 점자법 시행을 3개월 앞두고 1, 2차 자문회의를 거친 점자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시행령안은 시각장애계의 요구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시행령 마련 위임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내용은 실태 조사, 교과용 도서의 범위, 지원 대상 점자출판 시설의 요건, 점자 관련 전문인력의 종류 등에 관련한 사항이다. 하지만 점자의 효력과 차별 금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점자자료 제공 등에 대한 위임 근거 조항은 빠져있다. 김영일 교수는 “(위임 근거의 제한으로) 공청회 내용이 더 넓어질 수 없었던 것은 시행령안의 한계”라고 인정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점역교정사 관련 규정도 시각장애인계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시행령안에는 민간자격증인 점역교정사 시험이 국가자격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던 점역사, 교정사 자격 분리 부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행령안 제5조에는 ‘점자 관련 인력의 종류, 자격 요건, 자격 부여 방법 등은 관련 연구와 협의를 거쳐 따로 정한다’로 정해 시행령안으로는 뚜렷한 근거나 제도를 그려낼 수 없다.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관장은 “점자 전문인력에 대한 과제는 단기간 해결되기에 어려움이 따라서 시행령안에는 넣지 않았다”며, “향후 관련 단체와 전문가, 현장의 연구와 구체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추후 시행령 개정 시에는 반드시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석자 이연주 씨는 “제18조에 ‘공공기관 등은 점자 관련 전문 인력에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라는 내용에서 어떤 기관이 자격을 부여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며 “이런 빈약한 근거의 시행령안을 보면 점자법에 대한 문체부의 제정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문체부 측에서는 “시행령안이 그동안의 논의보다 축소되고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일부 인정한다”며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3월 말까지 한시련과 넓은마을을 통한 의견 수렴 후 시행령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영일 교수는 “일부 시행령안에 대한 우려에도 점자법이 제정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점자법 시행이 조금 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 3. 1. 제97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