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두어야만 배울 수 있는 안마
시각장애인의 대표적인 직업인 안마사는 맹학교, 안마수련원, 대린원 등에서 2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안마는 중도시각장애인을 경제적으로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직업이다. 하지만 입학 제한 규정으로 일부 중도시각장애인들이 안마교육을 받을 수 없거나 수강을 포기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본지는 지난 2월 20일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김 씨(남, 40세)와 그의 직장 동료를 만나 안마교육에 관한 중도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들어 보았다. 그는 30세 이후 점차 시력이 악화되어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력 회복을 위해 서양의학, 한의학, 민간요법을 가리지 않고 치료를 받아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는 실명이라는 종착역에 가깝게 다가왔다는 사실에 요즘 혼란스럽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은 단순히 제가 눈이 나쁘다고만 알고 있었어요. 이제 나아질 가망도 없으니 어차피 그만둬야 할 회사지만 마음이 착잡하네요. 저 때문에 불편해할 회사 동료들한테도 미안하고요. 이제 그만 둬야지요.”
김 씨는 다행히도 회사로부터 다른 직업을 준비할 약간의 시간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RP 환우들과 복지관 등을 통해 상담을 받으면서 제2의 직업으로 안마사를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알아본 곳이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안마수련원이었다.
“전화를 해보았는데요.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인은 신청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안마수련원은 직업재활훈련기관으로서 이미 직업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업자 등록’이 된 사람과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인은 입소할 수 없다. 예산을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규정이어서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마수련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그의 경우 퇴사를 해야만 수련원에 입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가정형편에 몇 달간의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는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아직 두 자녀는 초등학생으로 어리다. 게다가 높은 전세 비용 때문에 상당한 대출도 받은 상태다. 당장 그가 직장을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한 것이다. 아내가 취업을 하려면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맹학교 이료전공과도 알아보았죠. 하지만 교육시간이 낮이라, 회사에선 일도 안 하는 직원에게 월급을 줄 리가 없잖아요. 어떻게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훈련수당도 너무 적다고 말했다.
“교통비, 식비, 약간의 수당을 합해야 20만 원이 될까요? 최대한 받아야 고작 26만 원이라 하더군요. 그 돈을 받으면서 안마를 배우는 건...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너무 힘이 드네요.”
야간에라도 안마를 배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야간에 개설된 안마교육은 없다. “아마도 예산 탓이겠지요”라며 그는 말했다. “훈련비라도 많이 올려줘서 2년 동안은 어느 정도 걱정 없이 안마를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동료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중도시각장애인의 어깨에는 얼마나 무거운 짐이 얹혀 있을까? 비록 그들이 소수일지라도 다소간의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책이 그의 지친 어깨만큼이나 절실해 보인다.
(2017. 3. 1. 제97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