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상에서 문학 영역 넓히는 웹소설가 김흥석 씨
정식으로 등단해야 작가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누구든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다. 바로 웹소설이다. 최근 웹소설이 주목받는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신선한 소재가 담겨 있어서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는 드라마가 웹소설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태양의 일곱 광채’로 활동하는 웹소설가 김흥석(남, 60세, 시각장애 1급) 씨와 웹소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시력을 잃고 비로소 문학에 눈뜨다
10년 전 시력을 잃고 김흥석 씨는 가족들에게 어떤 것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평생을 일한 그였지만, 시력을 잃고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중도실명자이기에 점자와 안마도 쉽사리 익히기 힘들었다. 그러다 그는 결국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족을 돕는 것임을 깨달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문학이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 인생은 결코 짧지 않다. 젊은 시절 장난감 공장에서도 조선소에서 용접을 하면서도 패션 사업체 경영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늘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언젠가 책을 펴낼 것이라는 꿈을 간직했다. 시력을 잃고 그가 문학 속으로 빠져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다소 힘들게 탄생했다. 점자가 익숙지 않은 그는 작품을 녹음했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문자로 만들었다. 당연히 작품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더뎠다. 그럼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시작은 400여 편이나 된다. 그때 지은 시로 신춘문예에 여러 번 응모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한 등단은 어렵죠. 자꾸 낙방하다 보니 소위 문단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 자신만을 위한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는 그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서유기’, ‘삼국지’ 등의 고전을 좋아하던 그의 선택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첫 작품이 현재 네이버에 연재 중인 ‘태양의 일곱 광채’ 시리즈다. 소설은 천하의 대의, 별들의 사랑, 새로운 질서 등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현재 1부 연재를 모두 마친 상태다. 판타지 장르로 주인공 ‘선일봉’이 난국에 빠진 인간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모두 허구로 구성될 수는 없어요. 문학가들은 본인이 문제를 제시하고 그 나름의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쓰면 쓸수록 굉장히 어려움이 따르더군요(웃음).”
* 작품에 대한 작은 반응만으로도 만족해
그는 태양의 일곱 광채 시리즈뿐 아니라, 로맨스 소설, 대하소설 등의 집필도 계속하고 있다. 문학적 영감은 끝이 없지만 작품을 만들어도 발표할 수 있는 형편은 안 됐다. 정식 등단한 작가가 아니니 출판사에서 책을 내줄 리도 만무했고, 개인 출판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하던 중 아들을 통해 네이버에 웹소설을 올리는 코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매주 1편씩 꾸준히 연재했고, 지금은 70여 편이 게재됐다.
웹소설 이전에 그의 작품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센스리더 프로그램이다. 센스리더를 사용하면서 키보드 사용도 익히게 됐고, 이전보다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문학 활동을 하고 싶은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 프로그램과 자판을 꼭 익힐 것을 강조했다.
“제가 웹소설을 올린다는 소문을 듣고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묻는 분들도 더러 있어요. 그분들에게 저는 반드시 컴퓨터 사용을 익히라고 권유해요. 특히 자판을 익힌다면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쓸 수도 있고요.”
웹소설은 조회 수와 추천 수로 인기를 가늠하고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면 원고료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웹소설은 세 가지 단계로 분류된다. ‘챌린지리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은 ‘베스트리그’로 승격이 되고, 베스트리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오늘의 웹소설’이 된다. 그의 작품은 아직 챌린지리그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조바심내지 않는다.
“저와 함께 활동하는 웹소설가들은 젊어요. 독자들도 10대 20대죠. 제 문체가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 문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단 몇 분이라도 제 작품을 읽어주고 그에 대해 조그마한 비평이라도 해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는 웹소설에 대한 세간의 폄하는 경계했다.
“일부 사람들은 웹소설이라고 하면 모두 작품성이 없고 가볍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어떤 책이든 독자가 그 안에 담긴 철학 혹은 단어 하나라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장르 문학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속에도 많은 깨달음이 녹아 있답니다.”
그는 건강한 몸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굳게 믿는다. 지금도 긴 산책과 운동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가꾸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산책을 하다 보면 길가의 사물들이 말을 걸어요. 돌멩이 하나, 가이드레일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다 자기네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책상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글이 써집니다.”
그는 시력을 잃고 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다. 그의 문학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저는 모든 일을 ‘인생길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중에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글을 쓰고 있어요. 모두 인생의 한 과정이죠. 제 작품이 끝내 어떻게 평가될지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작품을 쓰는 그 과정 자체를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2017. 3. 15. 제97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