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교수, 장애인 비하 발언…총학생회 등 4개 단체 해임 요구
지난 3월 7일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세계 경제와 한국의 비전’ 수업을 듣던 50여 명의 학생은 임모 교수(남, 68세)의 발언에 일순 경악했다. 시각장애 학생 A 씨(여, 22세)에게 한 발언 때문이었다. 임 교수는 A 학생을 지목하며 “이 학생은 장애인”이라며, “장애인인데도 배우려고 앉아 있다”고 말했다. 학습도우미 학생 B 씨에게는 “(A 씨를 돕는)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며 수강생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임 교수는 또다시 A 학생에게 “퀴리 부인을 아느냐”며, “퀴리 부인을 모르면 장애인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B 학생에게는 “A 학생에게 퀴리 부인에 대해 가르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그 당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박수를 치는 학생도 거의 없었고,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수업 후에는 “첫 수업인데 이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는 얘기들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에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와 학생인권복지위원회, 장애학생인권위원회, 경제금융대학 학생회에서 임 교수의 공개 사과와 학교 본부 측에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장애학생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장애의 존재를 알리는 개인정보 유출’과 ‘장애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을 특이한 일처럼 묘사해 차별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장애인이면 일반 상식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태도로 일관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임 교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역경을 딛고 4년 동안 잘 왔다. 이런 학생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자는 의미로 박수를 치게 했고, 학습도우미 학생에게는 취업 준비에 바쁠 텐데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로 칭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퀴리 부인에 관해서도 “훌륭한 사람이니까 본받으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일부 방송사와 신문사 이외에는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본부조차 임 교수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은 바 없다고 전한다. 진상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교수의 영향력이 커서 본부에서조차 임 교수에게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양대 학생 C 씨는 “임 교수가 학교재단에 많은 금액을 기부했고, 교내에서 임 교수의 영향력이 센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학 본부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은 임 교수의 이번 발언만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다. 임 교수가 그동안 강의에서 성차별 발언을 일삼았고, 폭력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경제금융대학 안에서는 기피 1순위로 꼽혔던 교수”라며 “이번 사건이 기폭제가 됐을 뿐, 임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단과대학에서는 진상파악에 주력하고 있고, 대학 본부에서는 임 교수와 접촉을 시도하며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조속한 입장 표명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번 주(3월 27일 기준) 내로 인사위원회를 열 예정이고, 이때 임 교수의 징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측은 임시방편으로 임 교수의 수업을 원치 않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편성했다. 하지만 화, 목이었던 수업이 화, 금에 편성돼 새 수업을 수강할 수 없는 학생도 더러 있다. 불이익이 걱정돼 반을 옮기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C 씨는 “피해학생과 분반된 곳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 계속 임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학점이나 졸업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사례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현재 A 학생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A 학생은 대리인 자격인 총학생회를 통해 임 교수의 발언에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교수의 해임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교와 교수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강의실 내에서 일어나는 성차별, 장애인 차별, 소수자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강의실 내 차별 제보센터’를 열고, 차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 접수 시 사실관계 여부를 조사하고 학교 측에 공문 접수, 제보자의 의사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이하 한시대회) 측에서도 한양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시대회 김건우 회장은 “한양대의 입장 표명이 늦어질 경우 내부 논의 후 한시대회 측에서 성명서를 내고 이 사건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의향이 있다”며 “해당 학생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해임 요구와 전방위 활동에도 임 교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임 교수는 방송사와 신문사의 인터뷰에서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이 말한 내용은 허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교수의 말대로 그것이 좋은 의도로 했던 발언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들어서 불편하면 좋은 의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좋은 의도였다는 해명 대신, 임 교수의 진심 어린 사과가 촉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 4. 1. 제97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