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시련 직선제 추진연대’ 이끄는 심상익 씨
시각장애인의 권익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단체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를 들 수 있다. 전국 등록 시각장애인 수는 25만여 명 그러나 한시련 회장을 뽑을 수 있는 수는 단 370여 명이다. 한시련 회장은 전국 17개 지부의 대의원들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의원은 해당 지역 등록 시각장애인 700명당 한 명씩 배정된 수로 결정되는데, 대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학교, 안마수련원 졸업이 중요한 요건이 된다. 해당 학교, 안마수련원 졸업생이 아니면 대의원조차 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 간선제를 계보 선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회장 후보와 대의원 간에 금품이 오가는 사실도 드러나 금권 선거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이하 안협)가 2005년부터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시련은 간선제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소수의 시각장애인이 ‘한시련 직선제 추진연대’를 결성해 넓은마을을 중심으로 서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한시련 직선제 추진 서명운동’에 동참한 인원이 450여 명에 달하고, 이 중 대의원도 32명이 포함됐다. 추진연대를 이끄는 심상익(남, 59세) 씨에게 한시련 직선제가 이뤄져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 ‘한시련 직선제 추진연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0년 전 중도시각장애인이 된 이후에 소위 말하는 시각장애인계를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원칙이 무시되거나 상식이 통하지 않기도 하더라고요. 시각장애인계가 너무 폐쇄적으로 느껴졌어요. 특히 간선제로 이뤄지는 선거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정책의 방향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시각장애인이 많은 줄로 압니다. 이러한 폐쇄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거부터 투명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됐습니다. 직선제는 시각장애인계가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이 관철되는 하나의 과정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추진연대를 만들게 된 거죠.
* 지금 치러지는 간선제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금권 선거죠. 회장선거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선거자금이 뿌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돈을 받은 사람, 준 사람 모두 드러났는데 흐지부지되고 말죠. 어차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계보이고 또한 같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덮어버리는 거죠.
또 하나는 계보가 없는 사람은 이러한 정책적 참여에 아무런 힘을 모을 수 없는 구조라는 거예요. 계보라는 것은 조선시대 당파와 비교해 그 존재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지금 시각장애인계의 계보는 가장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보에 충성하는 사람들, 혹은 그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대의원들에게 일반 시각장애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대의원을 뽑을 때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해야 하는 데 현재로써는 그렇지 않죠. 현 기득권과 계보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그대로 당선되게 두어서는 안 돼요. 결과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시각장애들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힘없는 우리 민초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게 바로 투표예요. 그러니 반드시 유권자 등록을 하고, 권리를 행사하기를 당부드립니다. 이것이 우리 시각장애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 직선제를 반대하는 의견 중에는 대의원의 반발과 투표소와 투표함 개설 등의 행정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요?
한시련의 의지 문제라고 봐요. 직선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협 선거처럼 중앙회장과 지부장 투표함을 따로 마련하면 됩니다. 같은 날 다른 투표함에 각각 투표를 하는 거죠. 넓은 지역은 투표소를 한 군데 정도 늘리면 되고요. 이런 방법도 어렵다고 하면 중앙선관위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있어요. 중앙선관위에서는 기업이나 학교 동창회 선거도 대행해줍니다.
*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반응이 무척 고무적입니다.
현재 넓은마을을 꾸준히 접속하는 사람은 7~800명 정도예요. 그렇다면 온라인 서명자는 500명이 최대라고 봤어요. 온라인 서명은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도 서명운동을 시작했어요. 늘 주머니에 직선제의 당위성을 설명한 USB를 지참하고 다니며 의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명운동 중에 만나는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많은 시각장애인분들께서 직선제에 공감하시고 추진연대 활동을 격려해주십니다. 대의원을 제외한 시각장애인의 70~80%는 직선제에 공감할 거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반가워들 하시더라고요.
* 한시련 직선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직선제가 시행되면 회원과 단체장 사이가 가까워질 겁니다. 단체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거예요. 결과적으로 직선제는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찾기 위한 마중물인 셈이죠.
* 추진연대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모이는 현장을 찾아서 계속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2016. 12. 15. 제96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