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셀, 가격 파괴의 서막 열리나
최근 점자정보기기의 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자셀에 관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가격 파괴라 할 만한 점자셀의 비용 하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점자정보기기의 가격 하락과 함께 점자정보기기의 다양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꿈에서도 희망하는 점자셀 가격 파괴의 서막이 열릴 것인가?
한국에서 점자정보기기는 시각장애인이 선뜻 구입할 수 없을 만큼 유난히 비싸다. 자원메디칼(구 힘스인터내셔널)의 최신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 U2'의 가격은 550만 원에 달한다. 그 가격 중 대략 40%가 점자셀의 비용이다. 점자셀은 6점 혹은 8점으로 구성되어 점자 한 칸을 표시하는 점자 모듈을 말한다. 점자셀은 1셀당 대략 6만 원 정도로 일본 GKS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점자정보기기는 대체로 한 줄당 32셀이 필요하므로 최소한 2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고장난 점자셀의 수리에 드는 비용은 1셀당 1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점자셀의 가격이 2분의 1로 줄어든다면 제품의 가격은 100만 원이나 하락하게 된다. 더욱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면 200만 원에 가까운 가격 파괴가 현실화될 것이다.
점자셀 제작에 관한 신기술은 1~2년에 한 번씩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곤 했다. 올해도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소식이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블리탭(Blitab)이다. 지난달 1월 5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2017년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 출품된 블리탭은 세계 최초의 점자스마트패드이다. 블리탭은 아이패드와 같은 크기로 스마트패드에 나타나는 텍스트를 점자와 음성으로 표시할 뿐만 아니라 퍼킨스 방식의 점자 입력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스마트패드의 절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점자셀이다. 블리탭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에 의하면 점자로는 대략 14줄이다. 6점 점자셀로 따지면 적어도 300셀 이상이 탑재된 것이다.
기존의 일본 GKS의 점자셀은 길쭉한 막대 끝에 점자셀이 붙어있는 모양으로 점자를 여러 줄로 표시하기에는 쉽지 않다. 블리탭처럼 여러 줄의 점자셀을 구현하려면 점자셀의 크기, 모양, 표시 방식에서 완전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적어도 300셀 이상 탑재될 블리탭은 6개월 후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며 가격은 미화 500달러에 불과할 것이라 한다. 우리 돈으로는 6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의 50%가 점자셀 비용이라 한다면 점자셀은 고작 우리 돈으로 1천 원인 셈이다. 일제 점자셀에 비하면 60분의 1의 가격이다. 이를 글자 그대로 믿기란 쉽지 않다.
최근의 점자셀 기술 동향에 대해 닷(DOT) 관계자는 “좋은 기술은 많지만 그 기술을 대량 생산에 적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혁신적인 기술도 대량 생산이 불가능할 때도 있고, 그 기간이 몇 년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니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닷 역시 점자셀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고, 일제 점자셀 대비 10% 가격을 목표로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하지만 점자셀의 가격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격 하락과 함께 점자의 품질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점자셀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네오액세스의 관계자는 “점자의 높이, 크기, 간격 등 시각장애인의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점자의 품질 저하를 염려했다. 저렴한 점자셀이라 해도 시각장애인들의 사용자 경험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기술 혁신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네오액세스의 점자는 무엇보다도 점자의 품질에 우선을 두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점자셀 기술의 혁신을 통한 가격 하락은 머지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서막’이 열렸을 뿐이다. 클라이맥스는 여전히 기다려야 한다.
(2017. 2. 15. 제97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