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 90돌 맞아 기념식과 세미나 열려
‘훈맹정음’이 90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점자법 제정과 국립국어원에 특수언어진흥과가 신설되면서 점자의 지위가 한층 향상될 가능성이 열린 뜻깊은 해다. 이를 기리기 위해 11월 4일 이룸센터에서 ‘점자의 날’ 기념식과 세미나가 열렸다.
기념식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병돈 회장,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김호식 회장,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 시각장애인들이 대거 모여 점자의 발자취와 나아갈 길에 대해 뜻을 나눴다. 박두성 선생에게 점자를 사사한 점역사 이경희 여사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병돈 회장은 “점자의 지위는 날로 향상되는 데, 점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고 있다”며 “오늘을 계기로 점자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보다 나은 점자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점자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의 시상도 이뤄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상’은 광주지역 회원 이문일 씨,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연합회장상’은 인천 화도진도서관 윤명호 관장, ‘국립중앙도서관장상’은 대전점자도서관 김희진 씨에게 주어졌다. 점자법을 발의한 최동익 전 의원에게도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시각장애인 테너 윤금석 씨가 공연을 펼쳤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는 여러 분야의 점자를 경험할 수 있는 점자체험부스도 차려졌다.
기념식에 이어서 ‘한국점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김호식 회장의 ‘한국점자의 현실과 미래’라는 발제에 맞춰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센터장, 서울맹학교 허병훈 교사,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임지빈 점자교육실장이 한국점자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개선과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김호식 회장은 점자의 인식과 교육, 한국점자 규정과 편집 규칙, 점역 프로그램, 점자 정보보조기기, 생활 속 점자, 점자전문 자격제도의 운영과 저작권 문제 등 점자와 관련한 폭넓은 지식과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점자의 문자 기능에 주목했다. 정보 습득을 음성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 점자 발전을 위해서 점자를 읽는 사람 수를 늘리고, 점자를 보다 쉽고 단순하게 읽고 쓰고 제작할 수 있어야 하며, 원본 파일을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점자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윤택 센터장은 점자 체계가 보편적 점자 생활자인 시각장애인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점자교육을 전맹과 저시력, 통합교육과 특수교육 이용자 등으로 구분해서 사용자의 정보 습득 필요성에 따른 수준별·단계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편리한 점자 생활을 위해 점자정보기기 보급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병훈 교사는 점자 사용 환경의 질적 개선에 주목했다. 현재의 점자 사용 환경이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그에 맞는 세심한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교과서와 시험지 등 기본적인 점자 문서 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점자 필기도구 제작과 일반학교 시각장애 학생의 체계적인 점자교육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임지빈 실장은 점자 지도사, 점역사, 교정사를 분리해서 선발해야 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현시점의 점역·교정사 시험은 점역과 교정이라는 개별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체계적인 점자교육을 위해 점자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점자 지도사 양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내년 5월 점자법이 전면 시행된다. 앞선 논의가 점자법 시행령에 얼마나 반영되고 활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 11. 15. 제96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