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각장애인 지하철 안내 도우미’ 이대로 괜찮나?
시각장애인 A씨는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이하 지하철 도우미) 서비스를 받으려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첫 대면부터 문제였다. 지하철 도우미는 A씨의 팔을 잡아끌면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이의를 제기하고 안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목적지가 2호선 합정역인데, 지하철 도우미는 5호선 승강장으로 A씨를 안내했다. 5호선이 아니라 2호선으로 신청했다고 하자, 되려 “5호선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다시 2호선으로 안내했지만 목적지 방향이 아닌 반대편 승강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도움을 요청할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A씨는 반대편 승강장으로 혼자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약속 시각에 40분이나 늦었다. A씨는 “차라리 혼자서 움직이는 게 나을 뻔했다”며, “모든 어르신 지하철 도우미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고, 역사 내 지리에도 어두워 혼란만 가중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지하철 도우미를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2017년도 예산안에도 서울시생활·이동센터 대체 운전원과 지하철 도우미 배치 등에 49억 원을 편성해 정규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입을 모으는 불편은 시각장애인 응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B씨는 “계단을 오를 때 ‘계단’임을 숙지시키고, 앞장서서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그대로 서서 오르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응대법이 제대로 숙지되지 않은 것.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안내 보행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교육 내용을 몸에 익히는 데도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시범사업 시행으로 지하철 도우미에게 시각장애인 응대 교육과 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연락을 받고, 5~600명 정도를 두 번에 걸쳐 40분가량 교육을 했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응대법, 사례 등을 소개하고 시범을 보였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서 한 명씩 실습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것은 제대로 된 역사 안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화문역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C씨는 늘 같은 경로로 이동하는데 여전히 역사 내 지리를 숙지하지 못한 지하철 도우미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B씨는 “간단한 환승 경로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데, (기존 취지대로)역사 밖의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시가 시범사업 직후 시행한 전수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 서울시는 시행 역을 대상으로 지하철 도우미 교육을 당부했다. 그러나 불편을 호소하는 시각장애인의 민원은 줄지 않고 있다.
지하철 도우미 모집과 채용, 교육을 담당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는 지하철 도우미 사전교육을 맡았다. 시범사업의 취지와 현황, 성희롱 예방 교육, 안전 교육, 시각장애인 이해 교육 등이 이뤄졌다. 배치 역사 내에 대한 교육은 투입된 후 각 역에서 맡았다. 서울메트로 측은 “지하철 도우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역세권과 역내 시설물에 대한 교육을 한다”며 “아직 숙지하지 못한 도우미들에 대해서는 추가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시기에 발생되는 문제점을 적극 개선·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말에 시행 역에 서비스 현황 전수조사를 벌인다. 지하철 도우미 관련 불편 민원도 직접 듣는다. 지하철 도우미 관련 건의 사항은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전화 02-2133-7454)로 접수하면 된다.
시각장애인 D씨는 “어르신 지하철 도우미들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는 일은 감사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안전한 이동임을 (서울시가)잊지 않기”를 당부했다. 시각장애인 E씨도 “시각장애인들은 초행길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만큼 제대로 된 역사 안내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시각장애인들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 사업. 이 사업이 본 취지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것이 단순한 일자리 사업이 아닌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이라는 사실을 시행처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사업으로 시각장애인과 어르신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2016. 12. 1. 제96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