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점자도서관 폐관 수순 밟나? 시각장애계 의혹의 눈초리
7월 말에 점자교과서 제작업체가 ‘엑스비전 테크놀로지’로 확정되자, 40여 년간 점자교과서를 제작해 온 대구대학교(이하 대구대) 점자도서관의 폐관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7월 27일 성명서를 통해, 대구대 점자도서관 폐쇄 기도를 즉각 철회하고, 전용되고 있는 도서관 시설을 즉각 원상 복구하여 시각장애인 공동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의 점자도서관 정상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대 점자도서관은 1958년 설치된 점자도서 출판부를 모태로 설립되어, 정부 및 평화봉사단원들의 지원으로 점자도서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1974년부터 2015년까지 초·중·고등부 점자교과서 출판 보급을 담당하면서 시각장애인 교육권 보장은 물론,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점자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대구대 점자도서관이 이번 교과서 제작 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도서관의 일부 공간을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소로 전용하고 있다’, ‘입찰 예정가가 3년에 43억 4천만 원이나 되는 교과서 제작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도서관을 폐관하여 다른 기관화하려는 계획적이고 비도덕적인 발상의 증거’라는 비난들이 이어졌다. 국가가 43년 동안 대구대와 그 구성원들을 믿고 수백억 원을 투자하여 육성한 교과서 점역 사업을 경제적 논리만으로 접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서관 폐관 가능성에 대해 대구대 점자도서관 황창하 실장은 “우리도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 교과서 제작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황 실장에 의하면, 국립특수교육원이 대체교과서 제작에 있어 점자교과서 외에 확대교과서와 디지털 파일을 통합 발주했고, ‘대체교과서 제작 품질의 일관성 유지와 공급의 신속성을 위해서 공동도급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였다. 대구대 점자도서관은 점자교과서 제작 인력과 장비만을 가지고 있어 참여 자격에 미달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확대교과서와 디지털 파일 제작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가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한 군데는 3가지 기술을 다 가지고 있다 보니 직접 입찰에 참가했고, 다른 두 군데는 거절해서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인해 누구보다 당황스럽고 내년부터 3년 동안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도서관의 발달장애인 교육기관 전용에 대해서도, 예전에 녹음도서를 많이 만들 때 사용했던 공간들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유휴 공간으로 남게 되어, 일부는 점자출판 박물관을 만들고, 일부는 발달장애인 고등교육센터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 3층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사용하고 있고, 그나마 현재 인원이 42명밖에 안되어 임시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추후에 독립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황 실장은 “다음 주 수요일(8월 10일)에 연합회에서 방문하기로 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해명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가 대구대 내부 직원을 통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점자도서관 폐관 계획은 이미 6월 30일에 결재가 완료되었다고 한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거의 점자교과서 제작만으로 운영이 되던 차에 근래 교과서 주문량이 감소되어 적자가 쌓이면서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내부 판단에 의해 폐관이 결정되었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결정에 있어, 적자 해소를 위한 별다른 노력이나 의지도 없었고, 사회적 기업 전환 등 건의사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재정 문제가 생긴 원인 중 하나로 인사문제를 들었다. 점자도서관은 대학의 예산 지원 없이 도서관 자체 사업 운영만으로 유지되어 왔는데, 대학에서 근무기간이 오래되었거나 할 일이 없는 직원들이 도서관에 배치되어 도서관 예산으로 고액 연봉을 지급받았다는 것. 업무 수행은 거의 안 하면서 1억을 받은 경우도 있고, 복사 업무만 하면서 7천만 원씩 받으며 10년간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건물 전용에 대해서는, 도서관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3층 서고 두 곳 중 하나를 정리하여 발달장애인 교육기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한 곳은 자료 정리 없이 창고처럼 남겨져 있는 상황으로서, 3층만 사용하다가 최근엔 2층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구대 직원은 “외부에 홍보할 때는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도서관 직원이 번 돈으로 대학 일반 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해왔고, 도서관을 되살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부디 진실을 알려서 도서관이 문 닫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구대 점자도서관은 대구대만의 자산이 아니라 국가의 재산이자 시각장애인 모두가 이용해야 하는 공적 공간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점자도서 제작을 정부로부터 꾸준히 지원받으면서 많은 성세를 누려 왔으며, 대학교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대구대 점자도서관 측이 입찰 미참여가 오해라고 적극 해명하는 이유도 스스로 공적 자산의 성격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또한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이상, 대학교 경영진이 밀실에서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 의해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지적이 있다. 존폐 여부는 복지적 관점에서 공론화할 문제로서, 많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결정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대구대가 폐관의 고의로 입찰 미참여를 결정했는지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입찰 미참여로 인하여 운영의 어려움이 현실화되었다. 이 어려움을 빌미로 폐관 당위성의 논리로 삼는다면 대구대는 의혹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대구대의 해명이 진실이라면, 어떻게든 도서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전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도서관을 그대로 유지하여 시각장애계 교육에 큰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바라고 있다. 만일 숱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폐관을 결정한다면, 대구대는 결정과정의 경위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물론이요, 그동안의 운영이 합리적이었는지에 대한 검증과정을 피할 수 없다. 아울러, 축적된 공적 자산을 사회로 어떻게 환원할지에 대한 대안도 모색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대구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구대 점자도서관의 운명이 주목된다.
(2016. 8. 15. 제95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