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보조 수가 9,000원 동결,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
지난 8월 23일 기획재정부가 2017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가를 9,000원으로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예산안은 전년대비 동결된 것으로 수년간 장애계에서 주장해온 수가 현실화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2007년 시범사업이래 현재 수급자 6만 천 명, 지원인력 5만 4천 명으로 확대되면서 중증시각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였다. 그간 장애인들은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활동보조 수가를 1만 원 이상으로 증액하도록 요구하였고, 보건복지부도 이 요구에 따라 수가를 9,900원으로 반영하였으나 기획재정부에 의해 결국 동결되고 말았다.
이번 수가 동결은 활동보조인에 대한 처우의 악화는 물론 서비스 제공 기관의 운영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비스 질의 하락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가 동결은 심각하게 재고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공기관의 협의체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8월 25일 성명을 통하여 “속된 말로 ‘누구하나 죽어 나가야 꿈틀댄다’면 참담하지만 ‘제2의 오지석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며 “이것은 분명 ‘살인 예고’이다”라고 강도 높게 기획재정부를 비판하였다. 시각장애인 J씨는 “우리 입장에서는 (자부담금이 인상되지 않으니) 좋지만, 이용자들에게 소홀해질까 걱정도 됩니다”라며 걱정을 전했다. 또 시각장애인 L씨는 수가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잠재적 범법자가 되도록 방조하는 현 상황”이라며 개탄했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는 9,000원이다. 이중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약 75%로 6,830원 정도이다.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4대보험금, 퇴직금, 전담 인력 임금, 서비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위한 명절 선물비,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지출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시작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임금은 약 43% 인상된 반면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는 28% 인상에 그쳤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활동보조인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장애인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중개기관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 반납 사태도 예견되고 있다.
서울에서 2007년 이후 10년간 제공기관에서 일해 온 팀장 A씨는 “작년부터 기관에 적자가 시작되었고, 수가 인상이 없다면 더 이상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또, A씨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전담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장애인들에게 제공될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서울 강서지역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격 갱신 조사를 통해 161명의 장애인이 자격을 잃었으며 그중 31%가 시각장애인이었다. 이번 수가 동결은 장애인복지 축소의 두 번째 신호탄일지 모른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공기관, 각급 장애인단체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합심하여 예산안 수정을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2016. 9. 15 제96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