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놀이공원 기구 탑승 거부의 안전상 이유 현장검증
최고 속도 104km로 달리는 롤러코스터의 시각장애인 탑승금지 규정은 적법일까? 안전을 이유로 롤러코스터의 시각장애인 탑승을 거부한 행위가 불법인지를 가리기 위해, 법원이 4월 25일 놀이공원(에버랜드)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작년 5월, 시각장애인 김준형(24세, 1급) 씨 등 6명은 에버랜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려다 안전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자, “차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타면 위험할 것이란 편견을 근거로 놀이기구 7개의 장애인 탑승을 전면 또는 일부 제한하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재화·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 재판이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총 4차례 있었으며, 에버랜드 측 주장인, “기구가 공중에서 멈추는 상황에서는 장애인들의 대피가 어렵다”는 점과 위험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검증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장검증은 총 7개 놀이기구에서 진행되었으며,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 시각장애인 3명(1급, 3급, 5급), 원고 및 피고측 변호인, 에버랜드 관계자 등 30여 명이 탑승한 롤러코스터(티익스프레스)가 약 40m 상공에서 멈춰 서자 탑승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검증에 참여한 김준형 씨는 “비상 계단이 높지도 않고 단단한 그물망이 안전하게 설치되어 있어 로프를 잡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며, “롤러코스터를 탈 때 안경을 모두 벗고 타게 되어 있는데 고도 근시의 경우엔 시각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며, 시각장애인만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측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김재왕 변호사도 비상 계단을 따라 무사히 내려온 후 “아래가 보이지 않아 오히려 덜 무서웠다”며, “시각을 잃기 전에 탔던 기억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놀이공원 기구를 타고 못 타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에 대하여 주목할 사례임을 지적했다.
“정작 장애인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차별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능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힘이 없는 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롤러코스터 사례가 이런 것들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김준형 씨 등이 현장검증까지 진행하며 놀이기구를 탈 권리를 확보하려 나선 것은 최근의 장애인 운동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장애인들은 과거 이동권 확보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인 생존권을 위해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가생활 등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권(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조건의 형성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움직임에 법조계도 주목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5월 24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6. 5. 15. 제95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