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 탐지로 세상을 보는 시각장애인
‘음파 탐지’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장애인이 있다. 미국의 반향위치측정 전문가이자 보행훈련 전문가인 다니엘 키쉬(남, 50세)는 혀를 차서 나는 소리가 주위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게 함으로써 주변의 공간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본다.
다니엘은 생후 13개월에 망막암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혼자 하이킹을 즐기고 도움 없이 자전거를 타는 등 이동에 문제가 거의 없다.
‘놀라운 배트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주변 공간을 감지하기 위해 ‘플래쉬소나’라는 음향탐지기술을 사용한다. 혀를 차서 만든 ‘딱딱’하는 소리에 반향된 소리는 뇌에서 360도 이미지로 해석된다. 그는 “내가 보는 세계는 대체로 희미한 3차원 기하학과 같다”고 한다.
음향탐지기술 덕분에 물건에 부딪치지 않고 자신있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처음 가보는 낯선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형을 탐지하기 위해 흰지팡이를 사용하지만, 플래쉬소나는 더 큰 그림을 보도록 해주며, 지팡이 너머 수 미터 앞에 대한 정보를 얻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는 모든 연령대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특별한 기술을 가르친다. 불과 며칠 내에 많은 교육생이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고 한다. 전보다 빨리 걷고 자신있게 이동하며, 보다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신체로 변모한다. 그는 “플래쉬소나 기술을 교육받은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테드(TED) 강연회(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로,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임)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강의와 교육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강연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시각장애인의 세계접속(World Access for the Blind)’이 있다. 그가 2000년에 시각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강화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발족한 이 비영리조직은 시각장애인에게 ‘반향위치측정’ 기술을 가르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비법’을 훈련받은 사람은 거의 40개국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 테드(TED)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리 모두는 장애물에 직면하고 알려지지 않은 어둠에 부딪히는데, 대부분 장애물이 고질적이며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를 극복하고 여정을 이어가도록 하는 ‘뇌’가 있습니다. 어떠한 장애물이나 어둠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우리 안의 엄청난 능력을 믿고 여러분 모두 활동적인 여정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나우’ 2016년 3월 24일자 기사와 2015년 3월 테드 강연회에서 발췌 번역 편집)
(2016. 4. 1. 제9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