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직업을 열어주는 무료 강의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하여 시각장애인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한 특허 등록이나 창업을 도와주는 강의가 한양대학교에서 개설되어 무료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조병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남, 58세)가 진행하는 ‘사물인터넷·인공지능 사업전략 과정’은 이전까지 비장애인 CEO(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다. 20기째를 맞은 이번 학기는 시각장애인 CEO 양성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학비가 1,500만 원에 이르는 강의를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조병완 교수는 수십 개의 특허 및 신기술을 보유한 사물인터넷 분야의 전문가다. 이번 강의는 작년에 한 국가기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사물인터넷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연구 개발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나면서 ‘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한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제공받는 것보다도, ‘경제력’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력이 보장되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서 같이 동행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지요. 저보다 카톡을 더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정도면 문제없이 일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조병완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경제력을 스스로 확보하고 자립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진정한 복지라고 강조했다. 본 과정은 강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특허를 내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가 갖고 있는 IT 융복합 관련 기술들을 가르치고, 시각장애인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그들의 이름으로 특허를 내게끔 해주고자 합니다. 특허만 갖고 있어도 지식재산권이 생기니까요. 요즘은 IT기술만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도 기술만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창업은 특수한 지식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지레 겁먹기 쉽다. 그러나, 조 교수는 “수강하는 데는 IT에 지식이 있거나 관심이 많을 필요는 없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열의와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강의 중에 벌써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와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2백만 원 정도 되는 특허 출원 비용의 사회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1주 1회 12주간 진행되는 강의의 현재 수강생은 35명으로, 복지관 종사자들과 맹학교 교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20명이며, 활동보조도우미도 함께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 대표를 맡고 있는 A씨(남, 59세, 1급)는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시각장애인 내부의 욕구에 의해 다른 직종을 찾아나선 것이 아니라,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시각장애인을 초청해 사물인터넷 분야의 직업을 개척해 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또한 “정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사업을 할 수 있는, 매우 가능성 높은 기회를 제시해 주었다”고 본 강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모든 강의는 텍스트 파일로 제공받고 있어 수강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하며, 조 교수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하는 강의이지만 “본인의 전문적 지식을 시각장애 분야에 접목하는데 있어 이미 상당한 수준이어서, 시각장애인들의 필요에 맞게 강의를 아주 잘해주시고 있다”고 강의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교수님의 강한 의지에 비해 우리 수강생들이 오히려 미흡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5월 말 종강 이후의 강의 일정은 모두 수강생들의 열의와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전했다.
다음 학기는 9월 셋째 주에 개강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들의 관심에 따라 강의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시각장애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의미를 두는 단발성 행사로 그칠지, 새로운 직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지속적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 5. 15. 제95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