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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영상으로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 천병은 씨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7-15 오전 10:40:25

조회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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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영상으로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 천병은 씨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7-15 오전 10:40:25 (조회 : 1506)
<인터뷰> 영상으로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 천병은 씨
 
  “장애가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삶의 길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잃은 바람에 지탱해나갈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을 개발한 거예요. 그렇다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죠.”
  카메라 영상 속의 한 남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세월의 뜨거운 자취를 들춘다. 그가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 사이로 열렬한 투쟁 현장 장면들이 등장하며 누군가의 손길을 통해 반듯하게 세팅된 40여 분짜리 영상이 흐른다. 영상 속의 남자는 요즘 유튜브에서 ‘father 천병은’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천병은(남, 62세, 전맹) 씨이다.
  천 씨가 유튜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5년쯤 전부터였다.
  “당시 세월호 사건이 있었는데, 뉴스를 보면서 거짓뉴스나 시청자들을 호도하려고 하는 것에 환멸을 느꼈죠. 요즘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들과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천 씨는 유튜브를 직접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래전부터 교회에서 예배 실황을 녹음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도맡아 할 만큼 미디어 제작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영상을 편집하는 것은 혼자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천 씨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넷째 딸 막내 송이 씨였다.
  “어느 날 막내가, 다들 유튜브 하는데 아빠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 묻더라고요. 아빠 말주변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 이후로,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부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까지 모두, 막내가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월 16일 첫 영상을 시작으로 매주 10분에서 40여 분 정도의 영상을 올린 것이 벌써 네 달째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한 번씩 영상을 올리자고 송이와 약속했습니다. 영상을 구독하는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꾸준히 일정한 시간에 올려야 제가 다루는 내용들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고 신뢰감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독 천 씨가 직접 요리하는 영상이 많다. 20여 년 전, 안마시술소에서 전속으로 일하던 아내를 대신해 어린 네 딸들을 키워 온 아빠였기에 요리에는 여느 주부 못지않은 손맛을 발휘하는 그이다.
  “첫 방송도, 아이들이 아빠가 해주는 꼬막무침 먹어본지 오래됐다고 해서 시장에서 사다 요리해 먹는 과정을 찍은 것입니다. 꼬막을 한 냄비 삶아다가 양념을 만들어 버무리고 나면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있었죠.”
  천 씨의 영상을 보면 요리 외에도 직접 점자를 찍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각장애인들의 야유회 장면까지 다양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지난 6월에 찍은 영상 중 하나가 안마사 합헌 판결 촉구를 위한 투쟁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영상은 막내와 심혈을 기울여 의논하고 편집한 것입니다. 맨 앞 장면엔 제가 80년대 시각장애인들이 불던 안마피리 소리를 넣자고 했고, 막내가 귀 안 들리는 사람들도 생각해서 안마피리에 대한 설명을 자막으로 넣자고 해서 편집을 하기도 했죠.”
  한편 천 씨의 유튜브 영상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시각장애인이 유튜브로 자신의 삶을 토막토막 보여주는 것이 새롭고 좋아 보인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메일로 보내오기도 한다.
  “한 번은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수업 때 발표할 프로젝트를 위해 조언을 부탁한다고 해서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주방에서 도구들을 다루는 장면들을 유심히 보면서,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일상 속에서 어떤 개선점이 있을지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죠.”
  천 씨는 현재 대한안마사협회의 학술분과 이사를 맡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를 가르칠 교사의 임용과 학생생활상담, 학기별 시험 출제, 매년 있는 보수교육 현장감독 등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위한 일에 앞장선다.
  그는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 에세이와 소설을 쓰고 있다. 2005년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자신의 삶, 네 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에세이를 시작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는, 제가 글쟁이이기도 하니 좋은 책을 소개한다든가, 제가 쓴 작품에 대해 직접 얘기하는 영상도 찍을 계획입니다. 저의 영상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접하면서 삶의 희망을 잃은 누군가가 살아갈 용기를 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이들이 영상을 보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재고하게 됨으로써, 우리 생활에도 작은 변화를 이루는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2019. 7. 15. 제10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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