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간 ‘안개 속의 꿈’ 펴낸 조현대 작가
누구나 크고 작은 삶의 장벽 앞에서 망연자실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먼저 헤쳐나간 누군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보다 값진 위로는 없지 않을까? 특히 삶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본 호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한 사람의 인생경험 속에서 풀어낸 에세이 소설 ‘안개 속의 꿈’을 쓴 조현대(남, 53세, 전맹) 작가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시각장애인의 삶을 전체적으로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에 대해 미화하지 않고 여과 없이 내용을 다루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조 작가가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 2013년에 발가락에 생긴 흑색종 때문에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학병원을 방문했을 때 피부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잠시, 마음을 다잡고 남은 날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했다.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는 2007년부터 조금씩 써오던 글을 토대로 본격적인 집필 작업을 시작했다. 마침내 2015년 탄생한 첫 작품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를 출간했다. 이후 2018년에는 첫 에세이 소설인 ‘기억의 저편’을 펴냈고 올해 7월에는 1년 만에 후속작인 ‘안개 속의 꿈’을 출간했다.
“제가 글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알음알음으로 S대를 찾아가면서부터였습니다.”
조 작가에게 처음 글쓰기에 대해 조언해 준 사람은 서른 살 즈음에 만난 S대 심리학과 교수였다. 20대 내내 방황한 이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의 문을 두드린 그에게, 교수는 1년 반 동안 심리학과의 학부 수업을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후 대학원 과정에 입문하기 원했던 그에게, 심리학 분야에서 시각장애인이 생업을 얻은 사례가 없으니 앞날을 위해서는 글을 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의 모든 책들은 시각장애인이 겪는 현실에 대한 여러 주제와 일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 작품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에서는,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현장에서 몸을 부딪히며 느낀 점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오롯이 담았다.
첫 에세이 소설 ‘기억의 저편’에서는, 조 작가의 어렸을 적 시골에서의 생활, 맹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점자를 익히기 시작한 경험부터 방과 후 학업을 도와주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이야기, 기숙사 생활을 통해서 선후배들과 함께 듣고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들을 지훈이라는 극중 인물의 시각으로 다루었다.
“‘기억의 저편’에서는 특별히 80년대 당시 제가 다니던 맹학교의 학생운동에 대해서 많은 부분 다루고 있어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이 3일간의 단식투쟁을 한 끝에, 학교의 공금을 횡령하고 독재하다시피 한 교장을 사퇴하게 한 사건이 그 중 하나이죠.”
한편, ‘기억의 저편’의 후속작인 ‘안개 속의 꿈’은 주인공 지훈이 처음으로 학교 밖의 사회에 나와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맹학교 졸업 후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다뤘습니다. 시각장애인이 겪는 취직의 어려움, 선배들이 들려준 구구절절한 경험담 등 20대 때 제가 겪었던 방황기와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일면들을 볼 수 있죠.”
조 작가의 신작 ‘안개 속의 꿈’에는 그가 졸업한 이후인 1993년 당시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비시각장애인들과 함께했던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을 여행했던 이야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문화시설의 장애인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했던 경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선 배움의 여정과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혔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생계수단으로 안마시술소를 경영하다가 전과자로 낙인찍혀버린 안마사들의 서글픈 이야기와, 시각장애인연합회 선거에 내재한 권력다툼의 현실 등 시각장애인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제가 ‘안개속의 꿈’을 통해서 특별히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가진 정치적인 무분별함이었어요.”
조 작가는 앞으로 시각장애인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연합회나 안마사협회에서 좋은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사 체계가 잘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방향을 언제든지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시각장애인 사회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첫 장편소설 ‘기억의 저편’ 발표 이후 오마이뉴스의 제의를 받아 한 달에 두세 편 정도의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남들에게 물어보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조언하는 그는, 온라인으로 시각장애인용 대체자료를 열람하거나 낭독자원봉사자를 통해 신간도서를 접하면서 현재까지 9,000여 권의 책을 읽은 애독가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갈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생계 유지를 위해 돈을 버는 생활보다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을 다룬 후속작을 다 쓰려면 두 편 정도는 더 써야할 것 같아요.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2019. 8. 15. 제103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