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에서 누구나 실력 발휘하려면...
맹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각장애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의 수험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 결과, 작년 수능시험부터 점자정보단말기 사용이 가능하게 되어, 전맹 학생은 점자와 스크린리더(화면낭독 프로그램), 점자정보단말기를, 저시력 학생은 독서확대기를 사용하여 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시험에 사용되는 도구에 있어 과목별로 유불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스크린리더와 점자를 사용하는 전맹 학생에게 국어시험은 유리하나 수학시험은 불리하고, 독서확대기만 사용하는 저시력 학생에게 국어시험은 불리하지만 수학시험은 유리하다는 것.
고등학생 딸을 둔 한 시각장애인 부모는 “망막색소변성증인 딸 아이의 경우, 독서확대기로 한 글자씩 읽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국어시험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어는 듣고, 수학은 눈으로 보고 풀 수 있도록 스크린리더와 독서확대기를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빛맹학교 A교사는 “앞으로는 저시력과 전맹의 구분과는 무관하게 학생이 사용하는 학습매체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매체로 시험에 응시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으며, 대다수는 여기에 대한 인식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 부분이 공론화되면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라면서도,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작년까지 개선할 사항으로 관심을 모아온 것이 점자정보단말기를 수능시험 도구로 포함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시험 도구를 선정하는 것은 학교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관련 기관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자칫하면, 전맹 학생들 입장에서는 저시력 학생들만 배려해주는 차별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시험 시간에 있어서도 점자나 스크린리더를 사용하는 전맹 학생은 1.7배로, 독서확대기를 사용하는 저시력 학생(1.5배)보다 많게 배정되어 있으나, 점자나 스크린리더 읽는 속도가 독서확대기로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지적이 있는 등 개인차로 인한 불만족이 있는 상황이다.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관계자는 “수험생 각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사항들이 있는데, 개인차가 있어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문제이다. 전국의 각 교육청, 특수학교 교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프로그램상이나 환경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간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므로, 내부 협의에서 건의해 다루도록 하겠다. 매년 문제점 개선을 통해 발전시켜 왔듯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인 만큼, 본인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차별없는 수험 환경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학생이 원하면 2박 3일간 시험을 보도록 해주는 미국이나, 독립된 공간의 쾌적한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주는 일본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험 도구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에서 마음껏 실력을 펼치도록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6. 2. 1. 제94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