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 ‘가야금 주법’ 기타리스트
악기는 정해진 연주법에 의해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시각장애인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타를 무릎 위에 세운 상태에서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기는 방법으로 연주한다. 그러나, 충북 증평의 고하동(53세, 1급) 씨는 기타를 눕힌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코드를 잡고 왼손으로 줄을 튕기는 일명 ‘가야금 주법’으로 연주를 한다. 연주법은 독특하지만 그의 연주는 어느 연주 못지 않게 수준급이다.
그가 이런 방법으로 기타를 치게 된 것은, 7살 어린 나이에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몸에 비해 기타가 너무 커서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골에서 동네 형들이 기타치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혼자 기타를 갖고 이리저리 눌러보고 하면서 소리내는 법을 터득했어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듣고 따라 기타를 치면서 자신에게 절대음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10살 즈음 음악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가야금 주법은 15살 무렵 어느 정도 완성되었고, 20대가 되어 정확한 코드를 잡기 시작하며 제대로 된 연주를 하게 된다.
“청주맹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생들과 ‘노을 밴드’를 결성했어요. 밴드 활동하면서 음악 수업도 받고 공연도 했어요. 지금은 각자 생업 때문에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죠. 지방 MBC에서 단독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기억에 남아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북지부 증평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기타를 치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드럼, 아코디언, 하모니카 등 다른 악기도 배워 봤지만 기타만한 악기는 없단다. 자신의 연주법에 대해 당당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악기가 자세도 중요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연주법이 다르더라도 연주를 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한 이후, 공연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11월에 두 시간짜리 단독 공연을 부탁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공연 준비로 걱정이 되네요.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보람 하나로 힘을 내서 해야죠.”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015. 10. 15 제93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