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 조약 가입으로 정보 접근성 확대되나?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인도, 싱가포르 등 20여 개국 발간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점자 등으로 전환해 국내 시각장애인에게 배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11일 정식 비준된 ‘마라케시 조약’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5차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총회에서 비준서를 전달하고, 11번째 가입국이 되었다.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신체나 정신 장애로 독서 능력이 저하된 사람 포함)의 정보접근성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예를 들어 국립장애인도서관 등)이 조약을 비준한 국가의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점자나 오디오북과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 형태로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한 국제조약이다. 합법적으로 제작된 대체 자료를 다른 나라 기관이나 시각장애인에게도 배포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논의는 지난 2003년 11월 시각장애인연맹(WBU)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 세미나’에서 시작됐다. 12년만의 결실이다.
조약 참여 의사를 밝힌 80개 국가 중 20개 이상이 비준하면 3개월 후 발효된다. 오는 12월 ‘WIPO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상설위원회(SCCR)’가 개최될 예정이라 이르면 연내 총 20개국 비준이 완료돼 내년 상반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조약 이행을 위해선 국내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저작권법’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 규정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어 조약 비준을 위한 추가적인 이행 의무나 국내법 개정 사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2013년 시각장애인의 범위를 마라케시조약과 연관되도록 저작권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도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33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하여 점자로 복제·배포할 수 있다.’고 하여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점자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시각장애인 등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당해 시설의 장을 포함한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시각장애인 등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공표된 어문저작물을 녹음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으로 복제·배포 또는 전송할 수 있다.’고 하면서 오디오북과 같은 형태의 제작을 비롯하여 이용형태도 인터넷을 이용한 전송까지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조약가입으로 이러한 범위를 해외저작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정보인권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약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지난 해부터 이에 대한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다. 독서장애인용 대체 자료 제작 주체가 정부 등 공공기관이어야 하는지 출판사인지 여부의 문제를 비롯하여 대체자료의 비장애인에 대한 불법 유출방지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적용 문제 등 아직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또한 마라케시 조약이 대상 저작물을 ‘어문’저작물로 한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문저작물뿐만 아니라 영상저작물 등에 대해서도 저작권의 적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시각장애인의 실질적인 정보 접근권 확대를 위해 관련 입법 조치가 조속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2015. 11. 1 제94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