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를 서핑하는 브라질의 시각장애인
브라질의 시각장애인 데렉 라벨로(남, 23세, 이하 라벨로)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2월이다. 하와이의 전설적인 파이프라인(서핑보드를 강하게 타격할 만큼 크고 위험한 하와이의 전설적인 파도)를 타고 있는 짧은 영상은 단 며칠 만에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유명세를 탔다. 브라질의 가장 큰 지역 TV 방송국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많은 서퍼들이 처음에는 라벨로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시력을 잃은 한 소년이 비장애인에게도 위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파도에서 서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이야기는 누구도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서퍼들 중 한 명인 마쿠아 로드만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제가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눈을 감는다면 저는 완전히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라벨로는 진정한 영웅이에요.”
라벨로가 태어났을 때, 서핑광이자 서핑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는 하와이 최초 서핑 세계 챔피언인 ‘데렉 호’의 이름을 본 따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아버지는 라벨로가 전직 서핑 선수인 삼촌과 데렉 호처럼 자라길 바랐지만, 라벨로는 선천적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났고, 4번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신앙심이 깊은 라벨로의 가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라벨로가 두 살이 되던 때에 바디보드(엎드려서 배에 대고 타는 소형 서핑보드)를 받은 이후로 해변은 그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었다.
“저는 해변 근처에 살았고 항상 서핑하고 싶어 했어요. 제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서퍼였고 제 삼촌도 전직 서핑 선수였으니, 서핑은 제 핏줄에 흐르고 있었죠.”라고 라벨로는 말한다.
그가 17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서핑 보드를 선물해 주었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서핑을 배우게 되었다. 라벨로는 그의 첫 번째 서핑을 이렇게 기억한다.
“제가 처음 서핑을 배울 때, 아버지께서 저를 해변으로 데려가 한 두 차례 밀려오는 파도로 밀쳐 쓰러뜨렸어요. 저는 똑바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죠. 하지만 저는 그 뒤로 다시 한 두 차례 밀려오는 파도로 향했고, 그 때 그 느낌은 정말 최고였어요. 그리고 그 느낌을 영원히 느끼고 싶었죠.”
같은 해, 라벨로는 단지 서핑을 하며 어떻게 일어서는지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을 타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너무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서핑스쿨에 가입하여 코치에게 훈련을 받게 된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서퍼일 라벨로는 그의 명성이 커짐에 따라 그로부터 3개월 후 하와이에 초대받는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하며 하와이에서의 파이프라인 서핑을 준비했을까? 라벨로는 그의 아버지, 코치 혹은 다른 서퍼들이 말해주는 방향과 밀려드는 파도에 관련된 설명을 들으며 파도를 탄다. 하지만 일단 서핑보드 위에서 일어선 후부터는 그가 듣고 느끼는 것이 서핑을 가능하게 하는 전부이다. 가령, 밀려드는 급류의 소리를 듣거나 언제 덕다이브(서핑의 한 기술) 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물마루의 느낌을 느끼는 등 시각 외의 다른 감각들에 많이 의존한다. 비록 다른 비시각장애인 서퍼들이 구사하는 데어데빌이나 점프와 같은 기술은 할 수 없지만, 이러한 감각들을 통해 깔끔한 서핑을 선보인다.
하와이에서 파이프라인 서핑을 성공한 이후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데렉 호와 같은 세계 최고의 서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브라질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프로 서핑 선수가 된 라벨로는 자금을 지원받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서핑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또한 TV 프로그램과 서핑 대회에 정기적으로 초청받기도 한다.
서핑에 대한 열정은 바다에만 그치지 않았다. 2012년에는 여러 나라에서 서핑을 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에 이르렀고, 미국, 브라질, 호주에서도 상영되었다. 때로는 그가 시사회에 참가하여 관객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도 한다.
간절히 꿈꿔왔던 파이프라인 서핑을 성공적으로 이룬 라벨로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하와이의 조스(Jaws)와 타히티의 악명 높은 초포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파도에서 서핑하고 싶다고 밝혔다.
라벨로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꿈을 가지고 있고, 저만의 목표를 만들고 있어요. 서핑이 제 직업이고, 활강 스케이팅은 제 두 번째 직업이죠. 조만간 스노우보드를 타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요. 저는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믿고, 꿈을 쫒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것도 여러분을 방해할 수 없게 하세요.”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에서 발췌 번역)
(2015. 11. 15 제94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