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하이킹하는 시각장애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상태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있다. 1급 시각장애를 딛고 4대 극한(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 남극)마라톤을 완주한 송경태씨(54세,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가 그렇다.
미국의 트레버 토마스(46세, 1급, 이하 트레버)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애팔래치아 트레일’(약 3,500 킬로미터, 미국 조지아주 스프링어산에서 메인주 카타딘산까지 미국 동부에 자리 잡은 산길)을 완주한 시각장애인으로 유명하다.
트레버가 처음 하이킹(해변이나 산야로 하는 도보여행. 높은 산의 안전하고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경우도 포함)을 시작하게 된 것은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36세에 안구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고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한 친구가 그의 자립심을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하이킹을 권했다. 어려서부터 익스트림 스포츠(스피드와 스릴을 만끽하며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모험 레포츠)를 즐겼던 그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활동이었지만 새로운 목표에 금세 빠져들었다.
하이킹 장비점을 방문하면서 홀로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하던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쓰루 하이킹(최소한의 장비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형태의 하이킹)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애팔래치아 쓰루 하이킹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엄청난 도전이다. 그런 엄청난 도전에 앞서 만난 첫 번째 문제는 시각장애인인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지도나 안내서들이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단골 하이킹 장비점 주인을 통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주인이 읽어주는 쓰루 하이킹 지도서와 그의 개인적인 하이킹 일기를 들으며 조금씩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약 일 년 간의 준비 끝에, 트레버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하이킹 장비점 주인은 트레버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홀로 애팔래치아 쓰루 하이킹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하이커들의 소리를 들으며 홀로 하이킹 했다. 방향이 확실치 않을 때에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대로 가만히 서서 다른 하이커들을 만날 기회를 기다렸고, 손가락으로 표지판을 읽으며 대피소와 물을 찾기도 했다. 다른 하이커들이 지나칠 때 그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의 확인 및 올바른 방향 제시를 부탁했다.
하이킹 초반에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더 멀리 하이킹을 해나갈수록, 마주치게 되는 다른 하이커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애팔래치아 쓰루 하이킹에 도전하는 수천 명의 하이커들 중 약 80 퍼센트가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점점 더 홀로 하이킹 하는 빈도수가 많아지는 것을 느꼈지만 트레버는 포기하지 않고 인내한 끝에 2008년, 마침내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그 어떤 도움 없이 혼자 약 3,500 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쓰루 하이킹을 완주했다. 이를 계기로 더 어려운 하이킹에 도전하게 된다.
애팔래치아 쓰루 하이킹을 하며 만난 친구들로 구성한 ‘파 사이트(멀리 보는)’라는 팀과 함께 퍼시픽 크레스트 쓰루 하이킹을 5개월 반 만에 해내고, 2013년부터는 그의 안내견 테닐과 함께 마운틴 투 씨 쓰루 하이킹, 그랜드 캐년 림투림 등을 완주했다. 이러한 여러 하이킹 코스를 통해 트레버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약 28,968 킬로미터 이상의 많은 바위투성이 하이킹 코스들을 완주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트레버는 시력을 잃으며 함께 잃어버린 그의 자립심을 되찾기 위해 쓰루 하이킹을 시작했지만, 그가 쓰루 하이킹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의 도전이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9년 파 사이트 재단을 설립한 이래로 하이킹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 청소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 역시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에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사회는 ‘너는 시각장애인이라 그런 일들을 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다른 정안인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하도록 격려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 역시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밖에 나가고 하이킹 할 기회를 사랑한다. 시각장애인과 정안인 간에 존재하는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더 허핑턴 포스트지, 트레버 블로그에서 발췌 번역)
(2015. 12. 1. 제9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