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8일간 대장정 마감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가 지난 5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에서 주관하는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4년 단위로 열리며, 대회 역사상 다섯 번째로 치러진 이번 서울대회는 아시아에서는 최초이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서울, 경기, 인천 일대 11개 경기장에서 전 세계 58개국 991명의 선수가 총 9개 종목(육상, 체스, 축구, 골볼, 유도, 역도, 쇼다운, 수영, 볼링) 473개의 메달 주인공을 가렸다.
총 114개의 메달을 획득한 러시아(금48, 은35, 동31)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우크라이나(금16, 은11, 동11), 이란(금15, 은6, 동11), 중국(금9, 은15, 동9)이 뒤를 이었다. 개최국 한국은 금9, 은11, 동9 등 총29개의 메달로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의 선전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볼링과 신흥 강세 종목으로 떠오른 유도 덕분이었다.
우리나라는 볼링의 16개 종목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휩쓸며 볼링 강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고영배(남, 47세)는 2인조, 3인조, 단체전,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4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이었던 김정훈(남, 40세) 역시 3인조, 단체전, 개인종합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 번 3관왕을 달성했다.
2011년 터키 대회 때 금메달 1개에 그쳤던 유도 대표팀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남자부에서 이정민(25세, 81kg급, 금)과 최광근(27세, 90kg이상급, 은)이 예상대로 메달을 획득했고, 여자부의 서하나(28세, 57kg급, 금)와 진송이(29세, 63kg급, 금)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이번 대회 유도에서 메달을 획득한 네 선수는 모두 비장애인 선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남자 단체 은메달 포함 금3, 은3, 동1로 좋은 성적을 낸 한국 유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의 전망을 밝게 했다.
그 외 종목에서는, 대회 마지막 날 이창숙(여, 50세)의 체스 은메달 하나에 그쳤다.
골볼의 경우는 남자대표팀이 반드시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8강 진출권을 놓치고 말았다. 육상에서는 배유동(남, 52세) 선수가 포환, 창, 원반던지기에 출전했지만 오른쪽 무릎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아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영에서는 한동호(남, 29세) 선수가 출전했으나, 부상 탓에 개인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대회 기준 기록을 통과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종합 성적을 거둔 반면, 볼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은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매달종목의 분포를 넓혀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특히 대회를 마무리 하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시각장애인 체육 활성화와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5일, 축구 B1 부분 예선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 하면서 아쉬움을 표현한 한 지도자는 “한국 시각장애인 축구의 인프라 부족이 응축돼 나타난 경기였다.”는 평가를 했다. 상대팀이었던 일본의 경우는 축구협회 차원에서 시각장애인 축구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지원은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하기에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만 짬을 내 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회 전부터 선수들의 이러한 어려움은 축구뿐만이 아닌 여러 종목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시각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처우개선, 탄탄한 선수층 확보 등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시각장애인 체육 전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만,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마다 관중석이 텅 빈 모습은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시각장애인국제경기대회를 개최한 것이 그 나라 문화의 격을 저절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높은 정신적 성숙도를 지닌 선진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2015. 6. 1 제9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