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TV 보급, 지자체하기 나름?
방송통신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의 TV 시청권 보장을 위해 시각장애인용 TV 6천여 대를 무상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6월 26일까지 각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가 아니라 8개 지역(서울, 대구, 광주, 세종, 충북, 충남, 경남,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사업이 일부 지자체에서만 진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이번 사업을 위탁받은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사업시작 단계에서 전국 지자체에 사업 안내 공문을 보냈으나, 8개 지자체에서만 연락이 와서 해당 지자체와 업무 협약을 맺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TV 무료 보급 사업이 작년까지는 전국의 모든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국회로부터 저소득층의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 올해는 저소득층 대상으로만 진행하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업무 협약을 맺은 지자체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무 협약을 맺지 않은 다른 지자체의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산광역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공문을 받긴 했으나 특별히 어떤 역할을 해 달라(수요 파악 등)는 내용이 없어 업무협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저소득층 자료 때문이라면 사회복지과에서 담당해야 할 사안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경기도청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도 공문을 받고 협약을 맺지 않은 것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꺼리며, 1차 보급 후에 남은 물량으로 2차 보급을 한다고 하는데 그 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2차 보급과 관련해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1차 보급 대상자 선정이 빨라야 7월 말에서 8월 초에 완료되는데, 물량이 남아서 전국에 있는 시각 및 청각 장애인에게 보급할 수 있는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장은 “부산이 TV 보급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고 장애인복지과에 항의했었다. 담당자는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발뺌을 해서 에이블뉴스 기사와 방통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캡쳐해서 팩스로 보내기까지 했다. 별도의 사업을 구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시행되는 정책이라도 제대로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광역시라고 하는 대도시에서 이렇게 후진적인 장애인복지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하는 자세에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 처리도 문제이지만 시청자미디어재단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확인하는 별도 절차 없이 단순히 공문만 보낸 후 답변을 보내온 지자체와만 업무 협약을 맺었다는 것은 사업 시행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일부 지자체의 무관심과 시행처의 안일한 행정이 불러온 이번 사태는 장애인 복지 행정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집행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대상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좀 더 세심한 행정이 이루어져야 할 때인 것 같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는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답변 내용에 따라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 보급되는 시각장애인용 TV는 텍스트를 읽어주는 TTS 기술을 실행시켜, 채널 정보, 프로그램 편성표 등을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편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이용자들은 볼록 점자가 있는 리모컨 버튼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제품은 LG전자의 59.9cm(23.6인치) LED TV이다.
신청 방법은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해당 주민센터에 6월 26일(금)까지 접수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첨부 없이 홈페이지(tv.kcmf.or.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전화 1688-4596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자 지원부)로 문의하기 바란다.
(2015. 6. 15 제93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