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접근성 인증제도, 정책 보완으로 실효성 확보해야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증제도 통폐합 방안에 ‘웹 접근성 품질 인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BF) 인증’이 포함되었다가 장애인 단체의 반발로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인증제도’란 제품 등 평가 대상을 일정한 표준 기준 또는 기술 규정 등에 적합한지 여부를 평가하여 안정성 및 신뢰성 등을 인증하는 절차 및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인증 비용을 줄여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인증제도 209개 중 비효율적이거나 다른 인증제도와 유사한 48개 인증제도를 KS(한국산업표준)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토 중이던 ‘웹 접근성 품질 인증’, ‘BF 인증’제도의 통폐합이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나 정보 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6월 22일 성명서에서 “BF 인증은 장애인이 각종 시설을 이용할 때 최소한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인증하며, 웹 접근성 인증은 대부분의 정보 생산 및 유통이 이루어지는 웹 사이트에서 장애인이 최소한의 접근과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구축하고 이를 인증하는 제도”라며 “두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애에 대한 장벽을 높여 장애인을 고립시키려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한시련 관계자는 “BF 인증의 대상은 각양각색의 건축물과 설비여서 KS를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방송통신표준(KCS)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를 광공업품에 적용하는 KS 방식으로 인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두 인증제도가 그대로 존속하게 되었으나, 통폐합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그 배경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웹 접근성 인증제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한 웹 접근성 전문가는 “웹 접근성 인증은 어렵게 시작된 제도인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인증기관이 웹 접근성을 진단하고 컨설팅하는 용역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기업을 압박하면서 웹 접근성 인증제도가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증과정을 간소화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은 인증제도 통폐합을 원했을 것이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인증기관이 웹 접근성을 진단하고 컨설팅하는 업무와 인증 발행 업무를 같이 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한다. 공정한 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인증을 평가하고 발행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위임받은 기관이 아니라, 공신력있는 정부 기관이 별도로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백만 사이트 중 인증마크를 받은 사이트는 2천여 개에 불과하다. 웹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접근성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웹 접근성 인증마크’는 법에서 의무적으로 획득하라고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러다보니 공기관이나 기업들은 인증마크 획득을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기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을 독려할 수 있는 정부의 권장 시책이 요구되는데,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면 기관평가에 가산점을 준다거나, 웹 접근성을 위한 개발비용을 지원한다거나, 웹 사이트 개발 사업을 발주할 때 웹 접근성 인증마크 획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
웹 접근성 개선을 위해, 불편을 느끼는 당사자가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여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증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완 입법 내지 보다 적극적인 정부 시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 7. 15 제93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