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TV 방송 접근을 높여주는 기술들 속속 개발돼
요즘 시각장애인들은 TV 환경이 복잡해 지다보니 채널의 선택, 이동 등의 조작을 리모컨으로 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방송 접근 및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시각장애인의 TV 방송 접근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단비와 같은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제스처(몸짓이나 손짓)만으로 TV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케이블TV방송사인 CJ헬로비전은 방송프로그램을 선택·조정하는 모든 조작 메뉴를 음성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금년 1월부터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지난 2월 1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제스처 기반 음성지원 셋톱박스’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셋톱박스(디지털방송 수신 단말기)는 간단한 손동작을 통해 채널 이동이나 볼륨 조절, 메뉴 선택 등을 음성으로 지원해 준다. 리모컨이 필요 없는 셈이다.
또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화면해설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 화면해설 정보가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돼 이어폰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정 내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각각 몰입해 TV를 시청할 수 있으며, 영화관 등의 문화생활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불편함 없이 화면해설 영화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한시련 강완식 팀장은 “셋톱박스를 장애인 필수 품목의 하나로 보장하는 정책과 예산이 마련되기만 하면 몇 개월 내에도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기술인만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관심을 가지고 국내 방송 시스템에 조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년 1월부터 케이블TV방송사인 CJ헬로비전의 헬로TV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스마트TV ‘이어드림’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시련과 함께 개발한 ‘이어드림’은 헬로TV의 방송 메뉴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프로그램으로, 2백여 개가 넘는 채널의 이동과 선택, VOD 선택 및 구매, 녹화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간단한 조작으로 스마트녹화(PVR) 기능을 사용해 화면해설 방송을 자동으로 녹화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도 있다. 화면해설방송은 주로 낮 시간에 집중 편성되어 사회 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시청할 수 없었는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프로그램을 예약 녹화하여 언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헬로TV를 시청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다. 서울의 경우, 양천구, 은평구 두 곳 밖에 없고, 지방에도 94개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시청 가능 지역은 전화 1855-1000으로 문의, 유료 방송임).
이에 대해 한시련은,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다른 케이블TV 회사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강완식 팀장은 “제스처로 리모컨을 대신하는 기술과 케이블TV ‘이어드림’ 서비스를 접목하면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술의 조합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형태의 기술로 재탄생되도록 업체들과 논의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의 여가활동에서 TV 시청이 92%로 1위를 차지하는 등 TV 의존도가 높지만, 디지털방송의 채널이 많아지고 기능이 복잡해져 시각장애인들의 방송 접근은 더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들이 하루빨리 상용화되고 서비스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2015. 3. 15 제92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