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혼용점자물, 맹인용우편물 아니라서 무료요금 혜택 못 받아
작년 연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천지부 서구지회는 묵혼용점자달력을 회원들에게 우편 발송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관할인 서구우체국에서 발송 접수를 했는데, 점자달력에 묵자와 그림이 있다는 이유로 무료우편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발송하려면 요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묵혼용이지만 달력에 분명히 점자가 인쇄되어 있고, 발송 대상도 시각장애인 회원들이라고 강조했지만, 우편법에는 ‘점자로 표기된 우편물’만 무료우편물에 해당된다며 끝내 받아주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인근의 다른 우체국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곳에서는 별말 없이 무료우편물로 처리해 줬다는 것이다. 묵혼용점자물의 무료우편물 인정 여부를 떠나서 통일성 없는 우편 행정에 울분을 토했다.
현행 우편법에는 시각장애인용 우편물을 무료우편물로 분류해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동법 26조 4항에 ‘시각장애인용 점자 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인·단체 또는 시설(법률에 따라 설치되거나 허가·등록·신고 등을 한 법인·단체 또는 시설만 해당)에서 시각장애인용 녹음물을 발송하는 것’은 우편요금을 무료로 하도록 하고 있다. 1970년에 점자, 1981년에는 녹음물을 무료우편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법이 제정된 지 45년이 지나면서, 점자출판물은 묵자와 점자 그리고 그림이 혼용된 다양한 점자물이 등장하며 크게 변화했다. 묵혼용점자물은 저시력인들도 함께 볼 수 있고, 점자가 미숙한 전맹들이 정안인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읽을 수 있다. 또한 맹학생들의 교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 최근엔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점자출판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각장애인 기관과 우체국간에 묵혼용점자물을 무료우편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각 우체국 내에서 묵혼용점자물의 무료우편물 여부는 우편물 접수 담당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판국이다. 어떤 우체국은 별 확인없이 무료우편물로 인정하는가 하면, 어떤 우체국은 묵자나 그림이 혼용되었다는 이유로 요금을 받고 있다. 우체국마다 다른 기준은 묵혼용점자물을 회원들에게 발송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기관 및 단체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또한, 무료우편물로 인정하지 않는 지역의 기관 단체들에게 우편요금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행 무료우편물 기준이 시각장애인계의 점자출판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 묵혼용점자물 출판이 보편화된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초 서구지회는 우정사업본부에 묵혼용점자물을 무료우편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기존의 점자물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부담스러운 입장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서구지회가 ‘KBS 시청자 컬럼 우리 사는 세상’에 제보 방송에 내보내자, 부랴부랴 묵혼용점자물의 무료우편물 편입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예산 분담 등을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본지가 우정사업본부에 진행 상황을 추가적으로 확인해 본 바, 조만간 시각장애인 단체와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할 예정이고, 법령 개정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묵혼용점자물은 이제 보편화됐다.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우정사업본부가 법조문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로만 표기되어 있다고 하여 묵혼용점자물이 시각장애인 우편물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속 보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시각장애인 무료우편 제도가 현실에 맞게 조속히 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5. 2. 1 제92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