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하나
스크린도어 미설치 구간에서 시각장애인이 추락하는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 특히 이번 사고는 피해자가 승강장 아래 대피공간에 숨어서 도움을 기다리다 일어난 사고인 까닭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각장애인계 BBS 통신망에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언제쯤 시각장애인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을지 한탄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술렁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 9월 20일 서울 용산역에서 일어났다. 피해자 최모(26세, 1급) 씨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이동 중 용산행 급행 전동차가 도착하는 4번 승강장에서 발을 헛디뎌 1.2m 아래 선로로 추락했다.
추락 직후 최 씨는 스스로 일어난 뒤 승강장 아래를 더듬어 대피공간으로 이동했다. 당시 용산역에는 23명의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중 2명의 CCTV 모니터 요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3분 가량 두려움에 떨던 최 씨는 더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움직이다가 결국 전동차에 치이고 말았다.
이 사고로 인해 최 씨는 머리뼈가 깨지고 목과 어깨, 갈비뼈가 부러졌다. 목숨은 간신히 건진 상태지만 척추신경을 다쳐 하반신마비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한층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 씨의 어머니 김모(53세) 씨는 “척추 수술 후 약간 호전됐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3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하고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두었다는 생각만 든다”며 “만약 그곳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었으면 이런 사고가 일어났겠냐”며 분노했다.
한편 코레일 측은 “(기관사 진술에 따르면)사고 직전 승강장 아래 대피공간에 있던 최 씨가 나와 선로에 웅크리고 앉았기 때문에 급히 열차를 멈췄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난 선로는 열차가 들어올 때만 사람이 몰린다. 그때만 모니터로 주의 깊게 보기 때문에 사고 여부를 미처 알지 못했다.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안내요원 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난 9월 21일, 코레일에서 운영 중인 경의선 금촌역에서 반대편 전철 안내방송을 오인해 선로로 추락할 뻔한 경험을 했던 윤모(16세, 1급) 씨도 “경의선 구간에는 스크린도어가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다”며 “스크린도어가 없다보니 하차 시에 열차가 출발할 때 거기에 끌려 들어가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스크린도어가 많이 설치돼야 실수로 추락해서 사망하는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자료(2014년 4월 기준)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전철 노선 228개 역 중 69개 역에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다. 이는 전국 전철 노선의 스크린도어 설치율(68.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30.3%)다.
해마다 정부는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으로 296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스크린도어 설치에는 역사당 비용이 25억에서 35억 정도 소요된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공사 측은 예산을 핑계로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합리화해 왔다.
그러나 최 씨의 경우처럼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또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방안의 일환으로 스크린도어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공사 측이 언제까지 눈을 가리고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4.10.15 제91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