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기 재보급기간이 9년?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은 신체적․경제적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정보화를 통한 사회 통합을 유도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보조기기 및 특수 S/W 구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부에서 지난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5월 15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은 지역순회 체험전시회가 진행되면서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한정된 예산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선정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해마다 선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올해는 특히 ‘재보급기간 산정 기준’에 대한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조기기의 재보급기간은 내구성, 기능의 갱신주기 등을 고려하여 품목별로 산정했지만, 올해부터 기존 재보급기간에 제품 가격에 따라 1년씩 연장되는 식으로 산정 방법이 바뀌게 된 것이다.
올해 기준에 따르면 100만 원 미만의 기기는 재보급기간이 1년, 200만 원 미만의 기기는 2년, 300만 원 미만의 기기는 3년, 400만 원 미만의 기기는 4년, 500만 원 미만의 기기는 5년, 500만 원 이상인 기기는 6년이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센스리더 베이직’은 작년 기준 재보급기간이 2년이었지만 제품 가격이 35만 원이므로 1년이 추가돼 3년 뒤에야 다시 보급 받을 수 있다. ‘한소네 U2’는 제품 가격이 550만 원이므로 기존 3년에 6년이 추가돼 9년 뒤에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각장애인들은 “엄연히 기기의 내구연한이란 게 있는 건데 너무한 것 아니냐” “시각장애인만 피해보는 것 같다” 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보조기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복 수혜 논란 및 보급이 잘 안 된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이러한 재보급기간 산정 기준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보증기간에 비해 재보급기간이 너무 길고, 기본 단가가 워낙 높기 때문에 보증기간이 지난 후에 수리하게 되면 보급 받을 때 부담했던 금액보다 높은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편, 가격에 따른 재보급기간 산정 방식은 시각장애 영역과 타 장애 영역 간 형평성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각 장애유형별 보조기기의 평균 가격대를 살펴보면, 지체․뇌병변장애인용은 145만 원대, 청각․언어장애인용은 83만 원대인 반편, 시각장애인용은 211만 원대이다. 장애유형별 보조기기의 가격대의 차이만큼 재보급기간도 타 장애 영역보다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규 보조기기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재보급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용자들이 신규 보조기기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는 ‘모험’을 하기 보다는 ‘이미 성능이 널리 알려진’ 그리고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기존의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착화된 독과점 시장에서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정보화진흥원 김태성 수석 연구원은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데다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기가) 워낙 고가여서 어쩔 수 없다”고 입장을 표했다. 그는 “인기가 많은 점자정보단말기 같은 경우는 2순위로 선정된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못 받으신 분들을 위해서 기준이 변경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4.06.15 제90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