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 조약과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
지난 6월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마라케시 조약과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마련됐다.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에 관한 국제 조약으로, 지난 2013년 6월 27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160개 회원국과 50여 개 엔지오(NGO)에서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채택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동 조약과 저작권법상 관련 규정을 추가적으로 검토한 후 가입 시기 등에 대한 진단 및 국내 절차 점검 등을 이행한 뒤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조약이 채택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준이 이뤄지지 않자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비준 촉구를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좌장을 맡은 남형두 계란과 바위 대표는 “마라케시 조약은 198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돼 근 30년 만에 이 조약이 채택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비준한 나라가 없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비준은 고사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국내법에 명시된 저작권 조항들은 이미 마라케시 조약이 담고 있는 내용으로 다 개정돼 있으니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하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발제를 맡은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마라케시 조약 비준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려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목적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장애 유형에 따른 의사소통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그 결과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 이일호 뮌헨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원은 ‘마라케시 조약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위한 기초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연구원은 “마라케시 조약으로 인해 각 나라에서 산업에 미칠 영향과 국민들이 받을 사회적 문화적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보장돼야 한다는 점”과 “정보접근권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그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연구원은 “저작자나 출판사가 시각장애인에게 접근가능한 포맷을 제공함으로써 그것이 만약 유출될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점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시각장애인 갖고 있는 포맷이 유출돼서 사건이 되거나 사례화 된 예가 없다”고 강조하며, “장애인접근권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들이 현실화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결국 장애인에게 정보접근 장애인이 저작물에 접근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출판사와 장애인, 저작자와 정부의 협력”이라고 강조하며, ▶출판사는 자발적으로 출판과 관련된 여러 가지 리소스들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 장치들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할 것, ▶시각장애인은 저작물이 남의 재산이라는 의식을 갖고 신중히 다룰 것, ▶정부는 시각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포맷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에 지원하고, 접근 가능한 포맷을 만드는 출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요구했다.
발제가 끝난 후, 마라케시 조약의 비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출판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참석한 박영률 토론자는 모든 출판사가 콘텐츠가 유출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독서장애인들에게 책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토론자는 “독서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인 이들에 대해서 정부에서 자격을 부여하고 사회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윤정 경향신문 문화부장도 ▶민간으로부터의 펀딩과 기부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정책 취지 실현, ▶장애인들의 개인적 수요에 따라 적정한 가격으로 저작물의 포맷을 변경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 마련,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협력 관계를 모색 등을 제언했다.
마라케시 조약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최재원 문화통상팀장은 “국내 서명을 위한 절차는 외교부 조약과에서 진행 중에 있다. 외교부 조약과를 거치면 국무총리, 대통령 재가를 거쳐 상반기내에 서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 토론자는 “조약 비준은 다른 나라의 동향을 파악한 뒤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4.07.01 제90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