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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나무를 심는 노인의 심정으로 후학을 이끄는 시각장애인

작성자 기획총무팀

작성일 2014-03-31 오후 6: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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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나무를 심는 노인의 심정으로 후학을 이끄는 시각장애인
작성자 기획총무팀 작성일 2014-03-31 오후 6:32:48 (조회 : 3983)

나무를 심는 노인의 심정으로 후학을 이끄는 시각장애인

  유대인의 율법서인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70세를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이 어린 사과나무를 심고 있었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이 광경을 보고 노인에게 물었다.
  “언제쯤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딸 수 있을까요?”
  “내 나이만큼은 있어야 할 걸세.”
  노인의 대답에 젊은이는 사과 맛을 보지도 못할 텐데 이렇게 사과나무를 열심히 심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나 또한 선대가 심어 놓은 사과나무의 사과를 먹고 자랐으니,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라오.”
  올해로 교사생활 23년차인 박성수 교사는 이야기 속의 사과나무를 심는 노인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그는 강원명진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 이료, 점자 등을 가르치며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학습 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사과’를 전달해주기 위해서였다.
  박성수 교사는 대학시절, 선배의 권유로 컴퓨터를 접했다. 당시 그는 컴퓨터가 장애인과 정안인 사이의 문자의 벽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수많은 밤을 컴퓨터를 배우며 보냈다.
  그리고 1992년, 졸업 후 강원명진학교로 발령받은 그는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학교에 처음으로 컴퓨터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는 기증받은 컴퓨터 5대와 프린터 2대가 전부라 전산실을 갖추는 것이 시급했다. 그러나 강원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라서 특수컴퓨터를 쓰기 때문에 지원을 못해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예산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그는 교육청의 몰이해를 지적하며 싸웠고, 그 결과 5천여만 원의 예산을 받아 전산실을 만들 수 있었다.
  한편, 그는 이료 교육의 내용을 평준화 하고 치료실을 현대화하는 데에도 힘썼다.
  “이료과 교재가 점자책밖에 없었어요. 점자를 못 읽는 저시력 학생들에게는 마치 알파벳 배우고 있는데 대학을 다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4년, 박성수 교사는 이료과 교과서 아홉 권을 모두 워드로 입력했다. 2,70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그는 이것을 확대 인쇄하여 제본한 뒤, 책으로 만들어서 전국의 저시력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실비 보급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확대교과서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화로 이어졌고, 이후 교육부에서 확대 교과서를 발간하게 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또 그는 치료실에 최신 기계들을 도입하여 현대화하는데 힘쓰는 한편, 맹학교마다 다른 이료 교육의 내용을 통일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박성수 교사는 점자개발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1994년 당시 대구대학교 임안수 교수가 운영하던 한국점자위원회에 들어가 ‘개정 한국 점자통일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점자 개정 작업에 참가해왔으며, 국립특수교육원의 교수학습자료 제작이나 공동모금회의 컴퓨터 관련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최근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조이룩’이라는 보조기기를 학습현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조이룩’은 ㈜보이스아이에서 만든 것으로, 소프트웨어와 바코드 인식용 카메라로 구성됐다. 2차원 바코드에 동영상, 웹 주소, 이미지, 사운드 등의 콘텐츠를 담아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용자가 내용을 직접 녹음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 조이룩은 지적장애용으로 만들어진 보조기기에요. 동물 그림 옆에 있는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동물 소리가 나게끔 되어있으니 지적장애인들이 엄청 흥미를 가질 것 아니에요? 게다가 바코드에 소리뿐만 아니라 그림과 동영상도 담을 수 있으니 시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하겠다 싶었어요.”
  이후 그는 ㈜보이스아이에 시각장애인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기존의 바코드에는 하나의 바코드에 하나의 콘텐츠만 담을 수 있었는데, 현재는 두 개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수정됐다. 그에 따르면 저시력 학생들과 전맹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는데다가 전맹 교사들이 보다 쉽게 교수 학습 자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학부모나 도우미와 학습할 때나 자습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악보를 공부할 때도 조이룩으로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되는 부분의 음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박성수 교사는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응용해서 만드느냐에 따라서 음식 종류와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조이룩을 활용한 콘텐츠의 개발도 교사들의 몫이 크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이룩의 보급 및 활성화 외에도, 박성수 교사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기존에 해왔던 연구들을 계속하는 한편, 점자도서 출판 규정을 보완하고 보조기기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또 시각장애 노인들이 보다 즐겁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실버타운을 조성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또 다른 ‘사과나무를 심는 노인’이 나타나 후세들을 위해 씨를 뿌릴 것이란 것을 알기에 그는 시각장애계가 훨씬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014.04.01 제9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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