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선거를 말하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 제대로 피기 위해선…?
시각장애계를 뜨겁게 달궜던 선거가 모두 끝났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국 시군구 지회장, 도광역시 지부장과 대의원, 그리고 시각장애계 대표 단체인 대한안마사협회(이하 안협)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의 중앙회장이 선출됐다.
선거철만 되면 제기됐던 금품수수 의혹과 계보선거의 문제점 제기, 직선제로의 변화 요구 등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지에서는 2회에 걸쳐 시각장애계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본다.
▶ 직선제에 대한 요구 뜨거워
민주주의 꽃이 ‘선거’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명제일 것이다. 여기에서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국민자치의 원리’를 가장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제도는 ‘직접민주주의’이지만, 이는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만 실현이 가능하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법에는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하여 대표를 선출하는 ‘직접선거제도(이하 직선제)’와 일반 선거인(국민)이 중간 선거인(의원)을 대표로 뽑아 그들로 하여금 선거를 하도록 하는 ‘간접선거제도(이하 간선제)’가 있다.
직선제와 간선제 모두 국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이지만, 각각 장단점을 안고 있어 올바르게 이용되지 못하면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간선제를 통해 국민의 대리자로 선출된 중간 선거인이 그 권한을 남용할 때 벌어진다.
시각장애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꾸준히 언급되며 시각장애계의 선거들이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반복돼 왔다. 시각장애계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안협은 이러한 여론을 받아들여서 2005년부터 직선제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한시련의 경우 이번 중앙회장 선거도 간선제를 고수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선거 기간 동안 BBS 통신망 게시판을 통해 ‘직선제를 하지 않으려는 속셈은 사조직화하여 부정을 행하겠다는 저의 때문인가?’라고 분노를 표하는 한편, ‘직선제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다음 선거 때에는 직선제가 꼭 반영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등 직선제를 향한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시정포럼동호회 운영자 심상익 씨는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직선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시련 중앙회가 새로 출범했으니 두어 달은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하며, “만약 신임회장이 임기 초반에 직선제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시련 직선제 쟁취운동본부’를 만들어 압박을 가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는 이유는 현행 선거제도가 시각장애인계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일 것이다.
▶ 어떠한 문제점이 있나?
현재 시각장애계 선거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계보주의와 금권 선거 의혹이다.
계보주의 문제와 관련하여, 한 시각장애인은 “계파에서 몇 명의 의견으로 회장 후보가 정해지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로인해 “실제로 학식과 인품, 그리고 임무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고 해도 (계보에 속해있지 않으면)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그는 간선제를 유지하는 이상 계보주의가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계보주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그는 “계보주의는 정당제도와 비슷한 것이며, 활성화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합집산 하는 과정에서 계보에서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나 명분의 공통점에 의해 이루어져야지 지금처럼 금전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선출된 대의원들이 예결산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유명무실한 조직에 불과하지 않냐는 쓴 소리를 남겼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도 금권 선거에 대한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 후보나 중앙회장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이 다른 후보는 표를 주면 얼마를 준다던데 (당신은) 얼마나 주겠냐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후보자들의 증언과 선거과정에서 금품 수수 혐의로 징계를 받은 대의원들의 사례 등을 고려해보면 전혀 뜬소문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도 선거관리위원이었던 모 씨에 따르면, 한 선거 캠프 관계자가 “시각장애인 선거에서는 어느 정도 돈 쓰는 것은 관행이다. 하지만 특정 후보는 써도 너무 많이 썼다”고 다른 후보 캠프의 불법 사실을 진정했다고 한다.
▶ 그 밖의 문제들은?
한편, 계보주의와 금권 선거 의혹 문제 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공약들이 모두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시각장애계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출마하는 것이 아닌,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후보들이 정말 시각장애계를 염려하고 있고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직선제를 아직까지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정관에 의하면 모든 사안을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안하겠다고 하면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실제로 2012년과 2013년에도 직선제로 바꾸자는 의안이 상정됐었지만,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선거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어린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제보를 하더라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이었던 모 씨는 “실제로 금권 선거, 돈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선관위에는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그는 “조사권한과 처벌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선거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2014.04.15 제90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