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별 평가 없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오는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적용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이하 종합조사 도구)’를 공개했다.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35개 장애인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를 개최하고, ‘종합조사 도입에 따른 활동지원제도 개편사항’을 발표했다.
종합조사 도구 평가항목은 기능제한(일상생활동작 13개,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8개, 인지행동특성 8개), 사회활동(2개), 가구환경(5개)의 3개 영역, 총 36개 평가지표로 구성된다. ‘일상생활동작’ 영역에서 구강청결, 음식물넘기기, 시청각복합평가, 앉은자세유지 항목이 신설됐으며, ‘걷기’가 보행(실내), 이동(실외)으로, ‘화장실 사용하기’가 배변, 배뇨로 분리되었다. ‘인지행동특성’ 영역에는 위험인식, 환각환청망상, 집단부적응 항목이 추가됐다.
종합조사 결과에 따른 활동지원급여 구간은 현행 4개 급여 구간에서 15개로 세분화하고, 월 최대 급여량을 441시간에서 480시간으로 39시간 늘렸다. 종합점수 465점 이상은 월 480시간, 435점 이상~465점 미만은 월 450시간, 405점 이상~435점 미만은 월 420시간 등으로 지원시간을 받을 수 있다.
평가는 국민연금공단 직원(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2인 1조)이 가정을 방문하여 평가 매뉴얼에 따른 관찰 및 설문을 통해 평가한 후 종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작년 9월 토론회에서 유형별 조사표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그 의견을 토대로, 활동지원급여량은 감소하지 않고 유형별 특성이 반영되도록 검토하고 노력했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최중증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급여가 이뤄지고, 형평성 있게 서비스 량이 확대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에서는 4월 18일 성명서를 내고, 종합조사 도구의 평가지표를 시각장애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하여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시에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종합조사 도구가 작년에 공개했던 종합조사 도구의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하나, 그간 수차례에 걸쳐 논의했던 대로 장애유형별 특성이 반영된 평가지표로의 수정이 아니라 문제의 평가지표를 그대로 두고 배점만 수정했다는 것이다.
한시련 이연주 정책실장은 추가 항목으로 정신장애영역이 포함된 것처럼 장애유형에 따른 지표들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항목별 배점을 일관되게 개선하고, 활동지원급여 구간을 세분화했지만 과연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사실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588명밖에 안 되는 표본으로 진행된 시뮬레이션 결과보다는 실제 시행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계에서는 장애유형별로 종합조사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기존의 조사 도구는 와상 장애 등 특정 장애의 특성만을 고려한 것이므로 시각장애에 대한 조사 도구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장애유형별 구분 조사표를 만드는 것은 장애인 단체 간 합의가 없고 형평성에 대한 논의나 연구도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담당자는 “유형별 지표 구분을 해도 결국 예산은 정해져있으므로 장애유형간 갈등이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이번에는 일단 급여량이 증가했으므로 그 안에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종합조사를 할 때 동일 항목에서도 장애유형별로 평가하는 내용을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보완해 나가려 한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틀을 유지하되 가능한 범위 안에서 시간을 넓히는 방법에 대해 한시련에 제안했고, 제도 시행 초기 현장조사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쪽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정해진 예산을 잡음 없이 분배하는 것이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연구와 조사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어 장애인 단체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평가의 공평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책임은 오로지 국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정책이 더 이상 장애인 줄 세우기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진 소망은, 다른 장애인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장애 평가지표에 시각장애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온당하고 소박한 바람이라는 것을 정부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이다.
(2019. 5. 1. 제102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