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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낯선 여행객들: 고생은 비우고 인연으로 채우다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5-15 오전 9: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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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낯선 여행객들: 고생은 비우고 인연으로 채우다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5-15 오전 9:40:23 (조회 : 1155)
<인터뷰> 낯선 여행객들: 고생은 비우고 인연으로 채우다
 
  “정말로 여행에 별다른 목적은 없었어요. 세 명이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공부하기 진짜 싫을 때였죠.”
  작년 여름, 전맹 시각장애인인 20대의 세 남자, 류창동(30) , 박준범(25) , 안제영(25) 씨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임용시험 준비에 지쳐 있었다. 막판 승부를 위한 공부에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준범 씨였다. 세 사람은 바로 의기투합했다.
  “어디로 갈까 얘기하다가 준범이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와 좀 안다고 해서 거기로 정했죠.”
  9월이 되자 임용시험 날짜가 고시되었다. 그와 함께 때마침 아시아나항공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왕복하는 저렴한 비행기 티켓이 생겨 구매했다.
  여행 준비는 시험공부에 활력소가 되었다. 셋 중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준범 씨는 항공권과 숙소 예약 등 현지 언어로 소통하는 부분을 맡았고, 꼼꼼한 제영 씨는 여행 경비를 모으는 공금 통장과 여행일정 관리를 맡았다. 창동 씨는 은행원인 지인을 통해 환전을 했고, SNS를 통해 알고 지내던 샌프란시스코의 지인들과 만날 약속을 정했다.
  “전맹 시각장애인들끼리만 여행을 가니 오히려 일정 짜기가 편했어요. 박물관처럼 눈으로 보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편하고 좋아하는 일정으로요.”
  1215일 일정의 미국 샌프란시스코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모인 것은 1월말 한겨울이었다. 안내자라고는 출국 수속을 도와주는 공항직원뿐인 상황. 보호자가 없냐는 얘기를 거듭 들어가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여행 일정은 라스베이거스에서 4, 샌프란시스코에서 8일로 정했다.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도 특별한 일정은 만들지 않았다. 그냥 쉬고 싶었고, 근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선호했기에, 일정은 하루에 하나만 잡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도착해 SNS로 알게 된 지인들과 만나게 되면서 일정이 풍성해졌다. 그 중에서도 10년 전쯤 미국에 건너가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자기 아들도 시각장애인이라며, 세 사람에게 구글 본사에 있는 전기자동차와 여러 시설들을 안내해 주었다. 스마트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인 토크백을 개발한 인도인을 소개받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아시아인으로 미국에 건너와 사는 여러 가지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에는 지인의 자택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전맹들끼리 여행 가능하겠냐 하면서 스물이 한참 넘은 성인인데 보호자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미국에서는 걱정은 하지만 반응이 자연스러웠죠. ‘여기는 총기소지가 되니까 조심해라’, ‘여행 응원한다’, ‘멋지다는 말을 주로 들었어요.”
  교통수단은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우버만 이용했다.
  “세 명이 다니다보니 우버 한 대 부르는 거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거나 가격이 비슷했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카지노와 실탄사격장, 놀이공원에 갔다. 우버로 이동해 도착하면 기사가 현장의 경비원 혹은 안전요원들에게 인계해 주었다. 그들은 현장 구조를 설명하고 사진도 찍어주었다. 특히, 실탄사격장에서는 총을 쏘는 모습을 유튜브 영상으로 촬영해 주기도 했다.
  한인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목사와 집사들을 통해서는 라이트하우스, 금문교, 홈구장을 관광하고 기념품도 살 수 있었다.
  방에 앉아,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지인들에게 그 날의 소식과 감상을 정리해 알리고, 일정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안내 받기도 했다. 현지 분위기를 전하려는 소박한 재미로 시작했으나, 하루하루 지날수록 의무감이 들어 1시간 넘게 방송을 한 날도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태그한 덕분에,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장 아찔했던 추억은, 가로등 몇 개 켜지고 한 편이 바닷가인 인적 없는 샌프란시스코 마을에서 호스텔 근처 마트로 술을 사러 나간 일이었다. 두 명은 앞에서 흰지팡이를 짚고, 뒤의 한 명은 지팡이 없이 따라가며 스마트폰 블라인드스퀘어 앱으로 지나가는 곳에 대한 실시간 음성 안내를 받은 것이다.
  “셋이 아니라 혼자였다면 무서웠을 거예요. 주위 도움 없이 우리 셋이 힘을 합해 해결한 거라 기억에 크게 남아요.”
  다양한 외국인들이 많은 호스텔에 머물렀기에, 저녁 식사시간에 그들과 술을 나누며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각별한 추억거리가 됐다.
  귀국길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줄을 서지 않기 위해 휠체어서비스를 이용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은 걸어서 통과하는 패스트트랙서비스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휠체어를 타야만 가능해 한 명이 휠체어에 앉고 두 명은 따라서 걸어가야 했다.
  “흰지팡이, 스마트폰은 외국 여행에서 필수라고 느꼈어요. 필요할 때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적시에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해요. 주변의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삶이고 여행이죠.”
  새로운 경험과 자극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지혜와 열정으로 당당하게 도전하는 용기 앞에서는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며, 경험의 깊이와 그로 인한 성장의 가치는 결코 시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세 여행객들의 여정이 우리에게 증명하고 있다.
 
(2019. 5. 15. 제10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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