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스빛’, 자유로운 몸짓으로 세상을 밝히다
서울 강동구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2층 댄스스포츠 연습장.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시각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슬땀을 흘린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무용단 ‘Lux-빛(룩스빛)’이다.
빛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모임이자 세상에 빛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가 담긴 뜻의 ‘룩스빛’ 무용단은 2011년 결성됐다. 김자형(44세, 여) 단장과 시각장애인 6명으로 이루어진 시각장애인계 최초의 댄스스포츠팀이다.
‘룩스빛’ 단원들은 작년 전국장애인체전(이하 체전)에서 3명이 입상해 체전선수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치러진 전국장애인댄스스포츠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금은동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원들 중에서도 권기혜(1급, 59세) 씨는 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노력파이면서도 실력파로 인정받고 있다.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체전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하나씩을 목에 걸었다.
국제대회 출전이라는 큰 꿈을 갖고 있는 그녀는 “새로운 동작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너무 재밌다”며 “어릴 적 꿈이 이뤄져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 씨의 파트너인 김재성(2급, 45세) 씨도 집에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춤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김재성 씨도 권기혜 씨 못지않은 실력파로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체전에서는 은메달 두 개를 획득했다.
그는 현재 시각장애인 최초의 댄스스포츠 강사가 되는 것을 꿈꾸며 김자형 단장에게 교습을 받고 있는 중이다. 빠르면 오는 10월이나 12월 즈음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룩스빛’ 단원들은 하루아침에 지금처럼 잘 출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라며, 모든 것은 김자형 단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자형 단장과 룩스빛 단원들은 2009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댄스스포츠 강사와 회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체육학 석사과정을 밟던 김 단장은 3개월 단기 프로그램의 강사로 초빙됐다.
“2005년도에 운영하던 발레학원에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린 친구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점차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인데도 무용을 너무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용을 가르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가운데 복지관에서 학교로 연락이 왔고, 학과장님께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나선거죠.”
김 단장은 3단계로 수업을 나누어 진행했다. 왼발 대신 왼손을, 오른발 대신 오른손을 잡고 발동작을 가르쳐주는 1단계, 손으로 배운 발동작을 직접 해보는 2단계, 김 단장의 몸동작을 직접 만져보며 익히는 3단계로 진행하는 식이었다.
한 번에 한 명씩, 한 동작을 3단계로 나누어 반복하다보니 수업진행이 더디었지만, 총 10~15가지의 기본 동작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모두들 쉽고 재미있게 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약속된 3개월이 지나고 마지막 날이 왔다. 회원 10명이 찾아와 앞으로도 배우고 싶다며 적은 돈이지만 만 원씩 모아서 드리겠다고 말하며 부탁했다.
김 단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마치 백만 원, 천만 원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계속됐다. 10만 원으로는 강원도 원통에서 상일동까지 오가는 기름 값을 치르기에도 벅찼지만 춤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회원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없이 즐거웠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것이 두려워 발을 못 떼던 이들이 이제는 정안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됐다. 김자형 단장과 회원들은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몸짓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서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며 홍보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거절뿐이었다.
이에 그들은 그들만의 무용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11년 1월, ‘룩스빛’이 첫발을 내디뎠다. 무용단으로서 활동을 시작하자 그들을 찾는 무대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룩스빛은 9월 7일 오후 3시 종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1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수요일에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목요일에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토요일에는 대학로 무용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은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김 단장과 룩스빛 단원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10주년, 100주년 정기공연을 하고 더 나아가 유니버셜 발레단, 볼쇼이 발레단처럼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오늘도 미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룩스빛’ 무용단.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우뚝 설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공연 관람 문의 김자형 단장 010-8455-4863
(2013.08.15 제88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