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시각장애인 화학자,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돼
지난 달 말, 국내에서 시각장애인 과학자가 세계 3대 인명사전 모두에 이름이 등재된 일로 세간이 떠들썩해진 적이 있었다. 올해 한남대 화학과 이수민(68세, 1급) 명예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정안인도 세 곳 모두에 이름이 등재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에, 시각장애인인 그의 성취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의 이름이 등재된 세계 3대 인명사전은 미국인명연구소(ABI)와 국제인명센터(IBC), 그리고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서 편찬한 사전을 말한다.
이수민 교수는 이미 2000년, 2011년, 2012년에 국제인명센터와 미국인명연구소에서 발간된 사전에 수록된 바 있고, 최근 국제인명센터와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 인물로 선정되면서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미국인명연구소는 전 세계의 지식인들에 대하여 분야별․연도별 인명사전을 발간하며, 국제인명센터는 개인적․학술적 연구에서 중요한 업적을 달성한 전 세계의 학자 및 연구자를 등재한 인명사전을 발간하고 있다. 또 마르퀴즈 후즈 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명기관으로, 정치․경제․사회․종교․예술 등 각 분야에서 매년 세계적 인물 5만여 명을 선정해 약력과 업적을 사전에 등재한다.
이들 사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인명사전인 만큼 등재 자체가 기사화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선정 절차는 선정위원회가 후보자에게 등재후보가 되었음을 통보한 뒤, 후보자가 동의하여 이력서를 보내면, 2~3개월 후 최종 등재 여부를 평가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선정 원칙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적인 저널에 실린 논문의 수와 논문이 인용된 횟수, 국제 특허 획득 여부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수민 교수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 함께 연구한 제자들 덕분”이라고 말하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30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서부터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였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면서 그의 명성은 더욱 드높아졌다. 그러던 그가 녹내장 판정을 받은 것은 37살 무렵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까지 받아보았지만 희미한 빛마저 볼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제가 시력을 잃은 후부터 제 아내는 흰지팡이를 대신해 늘 제 옆을 지켜줬어요. 그리고 앞 못 보는 저를 위해 수백 권에 달하는 화학 관련 전문서적을 직접 읽고 녹음해주었구요.”
아내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뒷바라지에 보답하듯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정안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면 시간을 4시간 이하로 줄이고 연구에 매진했다.
1984년, 한남대로 복직한 그는 시각장애를 속이고 강단에 섰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석학들과 주고받았던 생생한 화학 관련 지식들을 제자들에게 전해주면서 다른 교수와 똑같이 강의하기 위해 강의 교재를 모두 외웠다. 복잡하고 딱딱한 화학분야 지식에 대해 모든 내용을 성의 있게 말로 풀어 하는 그의 강의는 인기를 끌었다. 6년 뒤, 학생들에게 시각장애인임을 밝히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그는 39년간 연단을 지키면서 대학발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신소재공학과를 신설해 4년간 학과장을 맡아 이끌었으며, 이과대학장과 생명나노과학대 캠퍼스의 초대 학장을 역임했다.
2010년, 정년퇴임 이후 이수민 교수는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 제3라디오 <우리는 한가족>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수민의 해피 먼데이’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고, 국민일보의 <역경의 열매 코너>에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또 현재 그는 한남대에서 명예교수로서 1주일에 2번 강의를 하면서 제자들에게 기술자문도 하고 있다. 또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하게 되면서 더 많은 기금을 모으고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만약 제가 실명했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포기했다면 다른 어떤 일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신이 정안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 정안인도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세요. 물론 정안인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일을 찾아 파고든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13.06.15 제88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