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희망상자 만드는 아름다운 청년들
시각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도서를 단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국내 대학생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울산과학기술대 학생들이 설립한 벤처기업 ‘설리반의 목소리(대표 이기혁)’가 개발 중인 ‘오디오북 앱’이다. 이 ‘앱’에서 텍스트를 내려 받은 사용자들이 낭독하여 녹음하면, 앱이 녹음된 목소리들을 합쳐 한 권의 오디오북(녹음도서)으로 완성되는 방식이다.
대개 한 권의 책이 녹음도서로 만들어지기까지 약 2∼3개월가량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녹음봉사자가 아닌 전문성우가 참여해 고품질로 제작하면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반해 ‘오디오북 앱’은 한 권의 책을 소량의 페이지로 나눠 앱에 접속한 사용자들에게 배당해 녹음이 이뤄지기 때문에 단 기간 내에 녹음도서 제작이 가능하다. 앱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기에 비용 또한 들지 않는다.
이처럼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설리반의 목소리’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013 아시아 청년 사회적 기업가 캠프’에서 아시아 협력 시범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사실 ‘오디오북 앱’은 2011년부터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인정받았지만, 실제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 기술이 부족해 난항을 겪어왔다. 다행히도 이번 ‘아시아 청년 사회적 기업가 캠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활동비 5천 달러를 확보하고, 대만‧태국의 웹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주춤했던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청년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이 ‘오디오북 앱’은 오는 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과 대만에서도 출시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이라는 장벽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당장 유용하게 활용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저작물 유출에 민감한 국내 출판사들이 저작권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리반의 목소리’ 이기혁(남, 24세) 대표는 “2년 전에 국내 대형 출판사 몇 군데를 접촉해 봤으나 저작물 유출 가능성 때문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실망이 컸다”면서, “출판사들이 우려하는 보안상의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비해 다시 문을 두드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녹음도서 제작에 대한 저작권자들과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북쉐어온라인도서관’의 경우, 출판사와 저자들이 매월 500여 종의 신간도서 원본파일을 제공한다. 이 도서관은 지금까지 약 6만여 권의 책을 음성도서와 전자점자도서로 제작해 보급했고, 8만 명의 장애인이 온라인을 통해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대만이나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의 저작권 환경도 국내보다는 개방적이라고 한다.
물론 국내에도 저작권법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규정을 두어 시각장애인 시설에서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점자나 녹음물에 한해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년에 수십만 종씩 쏟아지는 저작물들 중에 시각장애인 시설에서 녹음도서로 제작되는 책은 수천 종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독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리반의 목소리’는 시각장애인 시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녹음도서를 시각장애인에게 배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일단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출판사와 접촉해 텍스트를 받아 ‘오디오북 앱’ 운영을 시작할 생각이다. 더 열정적으로 활동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늘려갈 생각이다.
이 대표는 “헬렌 켈러에게 바깥세상을 활짝 열어 보여준 설리반 선생님처럼, ‘오디오북 앱’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가 시각장애인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희망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13.07.15 제88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