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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계속되는 선로 추락사고에도 책임은 모두 피해자 몫?

작성자 기획총무팀

작성일 2013-07-31 오후 5:42:40

조회수 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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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계속되는 선로 추락사고에도 책임은 모두 피해자 몫?
작성자 기획총무팀 작성일 2013-07-31 오후 5:42:40 (조회 : 3277)

계속되는 선로 추락사고에도 책임은 모두 피해자 몫?

  시각장애인 김 모(23세, 1급) 씨는 작년 9월 경기도 양주 덕정역에서 선로로 추락했다. 그 결과 김 씨는 골반 및 비구골절 등으로 인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고, 이후 다발성 늑골 골절이 확인돼 추가로 2주 진단이 더해졌다.
  또한 김 씨는 이 때 생긴 정신적 충격으로 전철을 탈 수 없었는데, 이 때문에 안마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녔던 학교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지금도 지하철 타는 것이 두려워요. 스크린 도어가 있어도 발을 내딛어도 될까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고…. 지금도 가끔 어깨 쪽이 저리고 골반 쪽이 땅기고 시려요.”
  김 씨는 사고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였던지라 그 당시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인천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들렸어요. 사람들도 급하게 제 주변을 지나쳐 뛰어올라 가길래 저도 부지런히 올라갔죠. 때마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제가 타야하는 열차 문이 열린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팡이로 확인하긴 했지만 그날따라 스텝이 맞지 않아서 발이 먼저 나가 그만 허공을 디디고 말았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던 열차는 인천행 열차가 도착하기 직전에 도착한 반대 방향의 동두천행 열차였고, 곧이어 인천행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듣자 김 씨의 머릿속엔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직 젊은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승강장 밑으로 들어가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재빨리 몸을 굴려서 승강장 아래로 피했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온 몸에 고통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 고통보다 김 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덕정역 측의 무심한 사후조치였다. 역무원과 공익요원은 김 씨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출근을 못하니 어서 일어나라”고 강요했고, 반대편 승강장까지 간신히 건너간 김 씨에게 1.5~1.7m 높이의 승강장으로 “올라가야 한다. 못 올라가면 저 선로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끌고 갔다고 한다.
  119 구급차가 선로 끝에서 대기하며 김 씨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골절이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적절치 못한 조치였다.
  김 씨가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덕정역 측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단지 보험사를 통해 “김 씨의 과실이니 치료비를 100만 원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이에 김 씨의 부모가 화가 나서 찾아갔지만, “김 씨가 떨어졌을 때 그냥 그 지하철을 보내도 되는 건데, 우리가 멈춰서 살려준 것이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김 씨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률위원단의 소송 대리로 작년 12월에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15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재판부는 15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고, 김 씨가 이에 불복하자 지난 7월 3일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지난 2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씨는 “술에 취해서 안전펜스에 기대고 있다가 선로로 떨어져 사망한 사건에서도 한국철도공사의 책임을 30% 인정한 판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100% 제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분노를 표했다.
  김 씨의 소송을 도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측은 “국가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두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번 사건을 시각장애인이 조심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지만, 불쌍하니까 150만 원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고, 불응하니까 아예 패소시켜 버리는 것은 구태의연한 판결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지하철에서 일어난 추락 사고에 대해서 안전펜스가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충분한 사고 방지 의무를 했다고 보지 않고, 지하철 운영기관에 20~35%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왔다. 스크린 도어 설치 의무가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승객보호 책임이 있으므로 스크린 도어가 없는 경우 안전요원 배치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다.
  한편, 지난 6월 24일에는 스크린 도어 설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국가교통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는 정부 내에서도 지하철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스크린 도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방안의 일환으로 스크린 도어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의 판례들도 무시한 채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재판부의 인권의식 수준과 자질 부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사다.


(2013.08.01 제8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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